사람은 아파 죽겠는데…
사람은 아파 죽겠는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08.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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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 회장·이학박사

 
20여년전 말기암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봉사를 처음 할 때 돌보던 환자가 세상을 떠나 엄청난 가슴앓이를 했었다. 그리고 계속 환자들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게 되니 주검에 대해 아주 무덤덤해 졌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환자와 같이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마치 가족처럼 환자를 사랑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살리는 것도 아닌데 살리지 못한데 대해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며칠씩 밥맛도 없었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암환자는 죽는구나’하는 체념으로 사랑으로 돌보던 환자들을 사랑이 없는 의례적 봉사 활동으로 자신이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흔히 하는 말 중 ‘의사는 찬피 동물이라 환자의 고통 같은 것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라고 푸념하는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의사는 의사라는 직업을 갖는 날부터 의사를 그만둘 때까지 만나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이 환자로 아프다는 말과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나다 일생을 마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늘 건강한 사람들이 아니고 어딘가는 아픈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의 고통 호소가 그리 중요하지 않고 늘 들어오는 그저 평범한 언어일 수도 있다.

또 검사들과 대화를 해 보면 그들은 검찰청에 불려오거나 붙잡혀 온 사람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죄가 없더라도 일단 선입견을 갖고 대하기가 쉽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즉 검사 앞에 오는 사람들이 착한일로 오는 사람들이 아닌 사기꾼, 도둑놈, 강도, 깡패 등 사회로부터 격리 시켜 국가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을 주로 상대기 때문에 사람을 좋게 보기보다는 오히려 나쁜 시각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또 교통순경 눈에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들이 우선 눈에 띌 것이다.

이렇듯 의사라는 직업은 단순노동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환자의 아픈 것이 일상이 되어 무신경하게 될 수 있다.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람은 아파 죽을 것 같아 의사를 믿고 병원을 찾아 왔는데 의사라는 사람은 소, 닭 보듯이 남 아픈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남의 말 하듯 대하니 환자 입장에서는 미칠 지경인 것이다. 말이라도 좀 시원하게 해 주던가 아니면 어디가 어떠니 좀 기다리라든가 등 환자의 답답함을 좀 풀어주면 좋으련만 얼굴한번 쳐다보고 몇가지 물어보고 피검사 등을 하고 나서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니 답답할 것이다. 

의사의 진료 방법이 바뀌기 전 지금부터 40여년 전에는 검사 장비가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아 경험만으로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하기도 해 바로 의사의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진료과정 전부를 컴퓨터화 해 발달된 의료장비로 진단을 하고 있어 옛날 사고방식을 가진 환자들은 의사가 청진기를 대고 진료를 하고 나서 바로 무슨 시원한 말을 해 주기를 바라지만 현대 의학적 기준으로 보면 그러한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옛날에는 인구도 적었을 뿐 아니라 병원 문턱이 높아 많이 아프지 않고서는 병원을 찾지도 않았다. 지금은 병원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저자거리.시장통이 되어 버렸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환자가 “사람은 아파 죽겠는데” 라고 외쳐봐야 의사 입장에서는 늘 대하는 환자, 즉 N분의 1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의사들의 무정함에 대해 훨씬 덜 섭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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