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투구꽃의 비밀
각시투구꽃의 비밀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5.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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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민/체육문화부장
“언뜻 보면 새침한 모습이 각시와도 같은데 머리엔 전장의 전사처럼 투구를 쓴 모습이다. 아름답게 보이지만 이 꽃에 숨어 있는 치명적인 독은 사람을 죽이고도 남는다.” 영화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등장하는 각시투구꽃에 관한 내용이다. 영화에서 이 꽃은 탐정이 조선시대 공납비리의 비밀을 푸는 단서가 된다. 이 시대에는 천주교를 각시투구꽃에 비유한 것 같다,  이 꽃은 ‘평등하게 살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동시에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 만큼 위험한 것’임을 암시한다.


요즘 산에는 녹음이 짙어지면서 나무 그늘 밑으로 산나물이 지천으로 돋아나고 있다. 이와함께 산나물이나 약초에 관한 지식이 없는 등산객들이 덩달아 무분별하게 산나물을 채집하고 섭취하면서 독초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며칠 전 지리산을 등반하던 등산객들이 산나물을 채취해 삼겹살과 함께 싸서 나눠 먹은 뒤 어지럼증과 실신 구토 시력장애 등 이상 증세를 일으켜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이 먹은 식물이 각시투구꽃이었다. 다행히 대피소 직원들이 쓰러진 등산객들을 구토케 하고 신속하게 조치해 경상대 병원으로 옮겨 응급치료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시투구꽃은 경상도 방언으로 ‘초우’라고 부르는 식물로 한방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원기를 회복하게 하며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어 잘 쓰면 귀한 약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 뿌리의 강한 독성은 식물의 독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져 예부터 화살촉에 발라 인명살상용으로 쓰기도 했다.


각시투구꽃 외에도 우리의 산에는 산나물로 오인해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독초가 많이 널려 있다. 가장 위험한 독초는 각시투구꽃과 비슷한 놋젓가락나물이다. 각시투구꽃과 비슷하게 생겼다면 채취하거나 먹으면 안된다. 지리강활(개당귀)은 산간 주민들도 참당귀와 구분이 쉽지 않은 식물이다. 참당귀를 많이 채취하면 그 향기에 취해버려 지리강활의 냄새를 맡지 못해 주민들도 사고를 일으키는 식물이다.


독초인 동의나물도 곰취로 착각해 채취해 먹는 경우도 많다. 동의나물 잎은 잎이 두껍고 매끈하지만 곰취는 털이 많고 향기가 좋다.


이 외 혼돈하기 쉬운 식물로 독초인 모데미풀과 식용인 참나물, 독초인 박새와 식용인 산마늘, 독초인 여로와 식용인 참나리 혹은 원추리, 독초인 은방울꽃과 식용인 둥글레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은방울꽃과 둥글레는 같은 장소에 서식하기 때문에 둥글레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천남성 현호색 미치광이풀 피나물 애기똥풀 등도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되는 독초이다. 또한 고사리 고비 다래순 박쥐나물 금낭화 원추리 등은 흔히 먹는다고 생잎을 따서 먹는 것도 위험하다. 이들은 식용이지만 삶아 우려먹어야 하는 것들이다.


앞으로 등산객의 산나물 채취로 독초 사고는 얼마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립공원과 산림청 등에서는 불법 산나물 채취 행위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한 예정이라고 한다. 꼭 단속을 해서가 아니라 등산객이나 산나물을 구별할 수 없는 사람들은 아예 이를 채취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산에 왔다는 들뜬 기분으로 어설프게 산나물을 채취해 먹다가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행하기 좋은 계절, 각시투구꽃 처럼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치명적인 독을 가진 식물들이 많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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