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이 구부러지지 않는다면…
손가락 끝이 구부러지지 않는다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3.10.0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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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서울새움병원 정형외과 원장

30대 후반 박모씨는 어느 날 팔과 손가락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음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방치해 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엄지와 검지(집게손가락) 끝이 구부러지지 않아 심각성을 느껴 정형외과를 찾았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증상만 악화되자 통증의학과, 신경외과 등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찾은 수부전문병원에서 '전골간신경증후군(anterior interosseous nerve syndrome)'이라는 생소한 병으로 진단받았다.


우리의 팔에는 겨드랑이부터 손까지 뻗어있는 ‘정중신경’이라는 말초신경이 있다. 이 신경은 팔꿈치에서 가지처럼 두 개의 가닥으로 갈라지는데 두 신경 중 하나를 ‘전골간신경’이라고 부른다. 전골간신경은 감각신경을 포함하지 않은 순수한 운동신경으로 이상이 생긴다 할지라도 통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질환이 발생해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발병 후 증상이 악화되면 팔이나 손의 힘이 약해지며 나중에는 엄지와 검지 끝마디가 잘 구부러지지 않거나 마비가 오게 된다. 보통은 이런 근력약화 문제로 병원을 찾게 된다. 엄지와 검지로 OK사인을 만들듯 동그라미를 만들려고 할 때 전골간신경증후군 환자의 경우 손가락 끝 신경 마비로 둥글게 만들지 못하게 된다.

‘전골간신경증후군’의 경우 볼링과 같은 운동을 한 후 발생되는 외상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근육이나 인대의 이상발달, 신경종양 등으로 인해 발병되는 경우도 있다.

전골간신경증후군은 일반적인 정형외과 등에서는 진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X레이는 물론이고 MRI검사에도 이상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신경종양이나 근육이상으로 발병한 경우에는 MRI검사에서 이상을 확인할 수 있지만, 특별한 이상 없이 발병한 경우 전골간신경 자체가 워낙 얇고 가늘며 근육 깊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영상학적 검사에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위해서는 수부에 대한 이해가 높은 수부전문의의 문진과 의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간혹 신경 주위의 염증으로 인한 경우 수술 없이도 1년 내에 자연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질환 자체가 매우 드물어 확실한 통계는 없다. 일정기간 기다려보고 그래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옳다. 전골간신경증후군의 수술적 치료는 신경압박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피부를 절개해 정중신경(전골간신경)을 누르고 있는 구조물을 절개해 감압해주는 신경감압술이 시행된다.

전골간신경증후군은 아무런 외상없이도 아래팔이 잠깐 아픈 뒤에도 생길 수 있고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위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초기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전골간신경증후군은 매우 드문 질환이라 의사들의 머릿속에 이 질환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다면 진단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수부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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