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관하여
노년에 관하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1.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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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노년은 모든 사람들이 도달하기를 바라면서도 일단 도달하면 두려워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모순되고 어리석은 생각인가?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노년이 슬그머니 다가온다고 말하곤 한다. 팔백 살을 산다면 여든 살을 살때보다 그 노년이 사람들에게 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갔다 하더라도, 흘러간 세월이 위안이 되어 어리석은 자의 노년을 가볍게 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무의 과실이나 땅의 곡식의 경우와 같이 시기가 되어 익게 되었을 때 주름지고 떨어지려는 그런 마지막 순간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 있어서도 어떤 뜨뜨머리 같은 것이 있기 마련이며, 그것은 체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노년이 되면 쾌락을 즐길 수 없다고 한탄들 한다. 또 쾌락이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고들 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젊은 시절의 쾌락을 동경한다. 그러나 노년에 대하여 불평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순리로 받아들이면서 여유롭게 사는 늙은이들이 많다. 그들은 자신들이 욕망의 사슬로부터 풀려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친구들로부터 경멸도 받지 않고 인생을 살아온 노인들이다. 즉 노년에 관하여 두렵고 무서웁고 서글프다고 생각하는 모든 책임은 각자의 성품에 있는 것이지 노년이라는 인생의 특정 시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까다롭지도 않고 친절하면서도 자제력이 있는 노인들은 수월하게 인생의 말년을 보내고 있다. 그렇지 아니하고 거만함과 무례함으로 말미암아 인생의 모든 시기가 지루하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간혹 높은 지위와 권력과 많은 재산과 사회적 지위로 인해 노년을 여유 있고 풍요롭게 보내는 사람이 있지만, 그러한 것이 많은 사람에게 허용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년의 가장 적절한 무기는 덕(德)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덕이 인생의 모든 시기에 연마된다면 오랜 기간 인생을 산후에는 놀랄 만한 열매를 맺게 된다. 덕은 인생의 마지막 시기까지도 사람을 빛나게 한다. 더욱이 훌륭히 보낸 인생에대한 느낌과 많은 훌륭한 행위들에 대한 회상은 즐거웁고 유쾌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구경하고 경영하는데 관심이 있다. 이를 경세(經世)·구세(救世)·제세(濟世)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싫어하고 걱정하고 기피하여 숨기도한다. 이를 염세(厭世)·우세(憂世)·피세(避世)·둔세(遁世)라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자기 세상을 만나 환희 속에 살거나 세상을 뛰어 넘어 살기도 한다. 이를 봉세(逢世)·초세(超世)·출세(出世)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노년이 불행하게 보이는 네 가지 이유를 잘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둘째 몸이 더욱 약하게 되고, 셋째 거의 모든 쾌락에서 멀어지고, 넷째 죽음으로부터 가까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당연하고 대단히 타당한 것들이다. 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새일리쉬 족 추장 단 조지의 연설문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햇빛은 풀밭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우리는 조용히 지나가야만 한다. 대지(大地)는 신성한 것이며, 그 위를 걷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다. 과거에 살았던 이들의 얼굴은 땅 위에 떨어진 나뭇잎들과 같다. 인간의 삶은 유한한 것이다. 따라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누구에게나 조만간 죽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라고 했으며,「우리는 이다음에 고이 잠들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 그때 가면 평생에 모자라던 잠을 온몸이 다 삭아질 때까지 실컷 잘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시간을 깨어 있는 맑은 정신으로 보다 유용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법정 스님께서는 일깨워 주시고 가셨다.

인간은 누구나 사형수다. 다만 집행날짜를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존재는 시간적으로 영원하지 않고 변해간다. 사람이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어 가듯이 모든 만물은 그렇게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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