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과 건강
허상과 건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2.2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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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경/다움생식회장·이학박사

젊은 아가씨와 인생 상담을 하다 단호하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사귀던 남자가 결혼을 하자기에 자기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그냥 사귀기만 하든가 정 결혼이 하고 싶으면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라고 하고는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다. 젊은 아가씨는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정말 궁금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왜?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 하고 싶어 안달을 했을 것이기에. 결혼은 다른 사람과 하라는 얘기를 할 정도였다면 당연히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실상의 사랑이 아니고 허상의 사랑이었다고까지 말해주곤 약간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오는 6월 4일에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분골쇄신의 각오, 구국충정의 의지로 나라 살림에 참여할 일꾼들이 대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말로는 나라를 사랑한다면서 뒷생각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 원래의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 가식적 삶을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인데 이러한 사람들은 당선이 되는 날부터 자기 자신(self)은 없고 남의 스케줄에 맞춰 사는 비자기(Non self)의 사람을 살게 된다. 곧 실상의 자신을 버리고 허상의 어떤 직책 속으로 사는 삶을 살게 된다는 말이다. 먹고 마시고 잠자고 노는 모든 삶이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아침은 누구와 조찬, 점심은 또 누구와 아니면 어떤 모임에, 등등으로 자신의 삶은 아주 없어지고 만다.

허상이라는 것이 원래 알맹이가 없는 빈쭉정이 삶인데 일단 허상 속으로 한번 들어가면 그 허상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참으로 쉽지 않다. 허상으로 폼을 잡는 시간 동안에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허상에 따르는 대접을 받는데, 착각은 허상이 대접받는 것을 실상의 대접으로 혼동을 하는 것이다.

몸과 건강의 문제 또한 그러하다. 내 몸은 내가 주인으로 잘 다스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실상의 삶을 살아야지 허상의 삶을 살면 나라는 인간을 내가 아닌 남이 다스리라고 내어주는 결과가 된다. 내가 나를 다스려도 잘 다스릴지 잘못 다스릴지가 가늠이 안되는데 나를 남이 다스리도록 한다면 어떤 남이 과연 나를 자기 몸같이 다스려 주겠는가?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허상으로 사는 삶의 대표적인 것이 공인(公人)이라는 이름의 삶이다. 소위 공선후사(公先後私)의 삶을 사는 것인데 제대로 된 공인의 삶은 진정으로 나를 버리는 것이다. 의사(義士)나 열사(烈士)같이 목숨까지 버리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면 아무 문제가 없으나 국가관은 없으면서 잘못 공인의 길에 들어서면 제대로 얻는 것도 없이 시간이 지나면 건강만 잃고 나이 먹어 고생만 하는 잘못된 길에 빠지기 쉽다. 그런 경우들을 경험을 통해 많이 보아왔기에 선거철을 앞두고 노파심으로 한번 뇌까려 보는 것이다. 허상으로 사는데 바람이 들어간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말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조차 모를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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