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돼' 상표등록 프랜차이즈 꿈 키워가
'오소돼' 상표등록 프랜차이즈 꿈 키워가
  • 글 배병일·사진 이용규 기자
  • 승인 2014.03.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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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실존 인물 장병윤 사장

 
도박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욕망과 파멸, 일확천금을 노리던 타짜의 탈을 벗어던지고 기독교인으로 소박하고 행복한 가정을 지키며 제2의 인생을 일궈가는 모습을 보도한데(본지 2012년 2월 4일자 5면 보도) 이어 이후 타짜 장병윤의 삶을 취재 보도 하고자 한다.

영화 타짜의 실존 인물로 유명한 장병윤(60)씨는 경남 산청에서 가난한 집안에 태어났다. 가난은 그를 중학교 진학도 포기하게 만들었고 1969년 무작정 서울로 상경 해 아이스케이크(아이스크림), 신발, 우산, 껌팔이, 번데기 장사를 하면서 거칠게 삶을 이어 나갔다.

상경한지 2년 만에 우연히 요리 연구가 왕준련씨를 만나 19세의 나이에 주방장이 됐으나 엄청난 돈이 오가는 도박판을 기웃거리던 어느 날, 이미 기획된 노름판에 앉은 그는 몇 년 동안 알뜰히 모아둔 전 재산을 하룻밤 사이에 날리고 만다. 그때 영화처럼 ‘전문 타짜’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타짜인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술과 여자, 마약에 빠져 꿈도 내일도 없는 하루를 살았다. 불우한 청년 타짜가 그의 모든 인생역정과 자신이 움켜쥐고 있던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기독교에 입문한 지도 어언 20여년. 개과천선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삶의 반환점을 돌아선 것이다.

타짜 장병윤 씨는 지금 산청군 신안면 시골에서 고구마 농사와 상추 재배, 민물고기를 낚으며 촌부로서 평범한 제 2의 인생을 일궈가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방탕한 삶을 뒤로한 채 농사일과 육류 도매업과 식당업을 병행하며 하루하루의 행복을 찾고 있는 그가 있다. 누군가가 찾아주는 신발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찾아가는 그의 새로운 도전 앞에서 행복이 넘치기를 바래본다.

◆가난이 불러온 소년의 무작정 상경
중학교에 합격하고도 입학금을 낼 수 없어 절망에 빠진 13살 소년은 무작정 상경, 화가(만화가)의 꿈을 안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소년에게 서울이란 삭막한 도시의 품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느닷없이 명동에 있는 음악학원에서 노래를 배우다 포기하고 요리명인으로부터 사사받아 조리사가 된 청년은 각고의 노력 끝에 호텔 주방장에 이르게 된다. 비로소 경제적인 안정을 찾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곧 호사다마, 비운의 여정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 되었다면 이보다 더 서글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술, 마약, 도박 - 그 끝없는 악마의 유혹
오랫동안 방황을 끝내고 호텔 주방장으로 몇 해가 흘렀을까. 달콤한 유혹의 손길이 그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타짜가 끼인 화투판이었다. 노름판의 생리가 다 그러하듯 처음에는 번갈아 잃고 따는 상황을 연출하여 쏠쏠한 재미를 느끼게 하니 순진한 청년은 본격적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날, 이미 기획된 노름판에 앉은 그는 몇 년 동안 알뜰히 모아둔 전 재산을 하룻밤 사이에 날리고 만다. 자괴감과 절망의 혼란을 겪던 그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도박수업에 몰입타짜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 뒤로 타짜들을 줄줄이 돌려세웠다. 이른바 전국 최고의 타짜가 된 것이다.

타짜들이 일상은 어떠한가. 손기술 하나로 판돈을 긁어모으는 것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걸 들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다. 웬만큼 큰 판은 대체로 조폭들과 연계되어 있게 마련이고, 팀을 이루어 일하는 만큼 하룻밤에 1~2억을 번다해도 역할에 따라 나누고 보면 실제 손에 쥐는 것은 노력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그런 큰 판이 늘상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판이 없는 동안 타짜는 하릴없이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다. 속임수가 발각되는 극단적인 상황, 무시무시한 조폭들의 위협 등 상존하는 불안감 속으로 그들을 몰아넣는 것이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했던가. 술과 마약이 그들을 손쉽게 고통을 잊게 하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타짜들은 벗어날 수 없는 어둠의 심연으로 서서히 잠겨드는 것이다.

◆밑장 빼던 손으로 제2의 인생 일궈내
불우한 청년 타짜가 그의 모든 인생역정과 자신이 움켜쥐고 있던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기독교에 입문한 지도 어언 20여년. 개과천선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삶의 반환점을 돌아선 것이다.
1990년대 중반 경호강변에 ‘송강쉼터’라는 휴게소를 차리고 최초로 ‘어탕국수’를 개발하여 승승장구. 삶의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국가적 위기인 IMF사태로 말미암아 모든 것을 잃고 다시 빈손이 되고 말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2000년대로 접어들자 야인 장병윤씨는 산청군의 내수면어업허가를 얻어 청정수역인 경호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생계를 꾸렸다. 한편으로는 농토를 빌려 고구마, 야콘을 경작하고 계분사업을 병행하는 등 그의 몸을 밤낮 없이 혹사했다.

◆고구마, 비닐하우스 시설채소 재배 ‘촌부의 일상’
한 해는 고구마 농사에 전념하기로 하고 6만6115㎡(약 2만여 평)를 임대해 경작했으나 그 해 따라 전국적으로 고구마 재배농가와 작황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바람에 수천만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2012년에는 겨울에도 출하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 상추 재배를 시작했으나 그 마저도 국내 유통구조의 모순 때문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비닐하우스 18동을 임대해 유기농으로 재배한 상추가 가락동시장 경매에서 낙찰된 가격이 박스 당 1200원, 37만원에 빌린 냉장 탑차에 127박스를 싣고 갔으나 모두 합쳐 15만2400원, 식비를 포함해 하루 일당 6만원인 도우미 한 사람이 딸 수 있는 상추가 많아야 7박스이니 도저히 계산이 안 되는 상황이요. 당시 마트 등 소매점 가격은 박스 당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이었는데 유통 마진이 경매가의 열 배가 넘는 모순이 오늘 우리 농산물 유통의 현실인 것이다. 태풍 때 3~4일간 상자 당 6만원을 받은 것이 실거래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유통과정의 이러한 고질은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설 하루 전날 상추 1박시 당 경매가가 1000원. 소매점에서는 여전히 1만3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절망’이라 쓰고 ‘희망’이라 읽다.
지난날의 타짜 장병윤씨는 이제 그 타이틀을 내려놓았지만 아직 내려놓지 않는 타이틀이 있다. 농민이자 어민이요 영원한 셰프가 그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어탕국수, 막국수와 오리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홍두깨’ 식당을 운영하다 지금은 바닥평수 200여평 2층 규모의 오리하우스와 흑돼지, 맥돈(보리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 직송판매장을 나란히 꾸려나가고 있다.

▲ 장병윤 사장이 운영하는 지리산 착한 흑돼지 맥돈 직송 판매장과 오리하우스 전경
AI(조류독감) 파동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오소돼’라는 상표등록을 출원하고 오리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판매하고 하우스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를 비롯하여 철따라 5~15가지 쌈 채소를 무한제공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마디호박, 오이, 가지, 고추 등을 넉넉히 제공한다.
맥돈 직판장은 전국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고기와 함께 쌈 채소도 서비스 배송하고 있다. 특히 원조 어탕국수 재료들은 경호강에서 직접 잡아 올린 어류들로 사철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전국 6곳 ‘오소돼’ 프랜차이즈 계약 그리고 서울 입성
장병윤씨는 이미 전국 6곳의 프랜차이즈 ‘서울입성’에 이어 ‘오소돼’의 프랜차이즈화를 기획하고 있다. ‘오소돼’는 모든 육류를 숯으로 익히는데, 특이하게도 장병윤씨는 러시안 샤슬릭 구이판에 착안한 숯 제조기를 개발해 기술 및 디자인 특허를 획득한 바 있다. 참나무 장작만 넣으면 저절로 숯이 만들어지는 구조인데 이 숯을 이용해 고기를 구울 때 편백나무 잎이나 솔잎을 고기 위에 덮으면 육류 특유의 비린 맛은 사라지고 자연의 향기와 더불어 독특한 고기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허 획득 이후 M.T 단체와 전국 펜션은 물론 기업체 등으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오소돼’ 는 육류뿐만 아니라 어탕국수, 막국수를 자랑하고 있는데, 전국의 모든 막국수집이 면을 빚을 때 메밀껍데기 30% 이상을 섞어 쓰고 있지만 이곳만은 100% 알곡만을 사용해 국수를 빚는다고 한다. 또 떡갈비 형태의 돼지고기·쇠고기·육전은 대부분 밀가루를 섞어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만은 100% 순살고기 육전을 내어놓는다.

▲ 타짜 장병윤 쉐프의 오리하우스 내부 모습
남다른 인생역전을 경험한 장병윤씨는 ‘타짜들의 히든 테크닉’, 2007년 ‘노루가 쓸개 없는 까닭은?’ 이란 책을 펴냈다.
본업이 무엇인지 의아할 정도로 다양한 경험과 재주를 지닌 그는 이제 타짜가 아닌 농부, 어부이자 진정한 셰프로서 전국무대 프랜차이즈의 새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
왕년의 파란만장한 삶을 접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열정으로 고객들은 특별한 맛과 안전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오소돼’와 산청 토박이 장병윤씨는 지역사회의 헌신하는 일꾼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보다 자세한 소식은 www.지리산 착한 흑돼지.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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