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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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3.3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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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3대(代)가 한집에 살았던 대가족시대에 아이들 버릇 가르치는 가정교육은 의도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관습화돼 있었다. 이를테면 철들 무렵의 아이는 할아버지와 겸상(兼床)시킴으로써 식사매너를 버릇 들였다. 할아버지가 숟가락을 들기 전에 들어서는 안 되고 또 숟가락을 놓기 전에 놓아서는 안 되었다. 별식(別食)은 할아버지가 젓가락을 대기 전에 먼저 대서는 안 되고 고기 같은 특식(特食)은 할아버지가 집어서 밥 위에 놓아주기 전에 손을 대서는 안 되었다. 손을 대서는 안 되는 특별메뉴가 밥상에 오를 때는 밥상 들기 전에 어머니가 몰래 불러서 손대서 안 되는 불가촉(不可觸)식품을 미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상치쌈을 먹을 때는 어른 앞에서 입을 벌리고 눈을 부라리는 것이 부덕(不德)하다 하여 고개를 돌려서 입에 넣어야 했으며 어른이 내리는 술잔을 받을 때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두 손으로 받아서 고개를 돌려서 마셔야 했으며 어른 앞에서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되었으며 길을 가다가 어른이 오면 옆으로 잠깐 비켜서서 어른이 먼저 편하게 지나가시도록 배려하도록 교육을 받았다.

율곡(栗谷) 선생은 아이들이 삼가야 할 17조를 정하고 크게 어기면 한번만 잘못해도 벌을 주고 가볍게 어기면 세 번 잘못을 했을 때 벌을 주었다. 그중 몇 가지를 가려 보면…. 부모가 시킨 일을 당장에 시행하지 않는 일, 형이나 어른에게 포악하게 말하는 일, 음식을 다투고 사양하지 않는 일, 다른 아이를 업신여기는 일, 잘못한 사실을 숨기는 일 등이었다.

유럽의 경제를 석권한 로스차일드 가문(家門)에도 대대로 전승(傳乘)되어 내려오는 15조의 가정헌법이 있다고 한다. 그 세계적 부호(富豪)가 아이를 데리고 서커스 구경을 갔을 때 최종회 할인요금의 혜택을 받고자 차가운 들판에서 1시간 15분을 기다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질서의 매너를 가르치는 표본이 아닌가 한다.

공자(孔子)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분인 증자(曾子)는 학행(學行)에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자식교육에도 남다른 철학을 지녔던 분이다. 언젠가 그의 아내가 장에 가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울면서 보챘다. 이에 아내는 여느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집에 얌전하게 있으면 돌아와서 돼지고기를 삶아줄게’하고 달랬다.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남편인 증자가 돼지를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깜짝 놀라서 ‘왜 돼지를 잡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장에 갈 때에 돼지고기를 먹여주겠다고 아들과 약속을 하는 것을 듣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돼지를 잡고 있소!’라고 반문했다. ‘여보 그건 아들을 달래려고 한 말일 뿐인데 돼지를 잡다니오?’이에 증자는 ‘부모가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며, 끝내는 부모가 하는 말을 믿지 않게 되오, 약속을 했으면 약속대로 해주는 것이 교육입니다’ 이렇다 할 생업도 없이 글만 읽는 증자에게는 돼지야말로 재산목록 제1호였다. 자식의 앞날에 비하면 그 재산목록 제1호도 한낱 초개(草芥)에 불과했던 것이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그 마을에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토호(土豪)가 있었다. 증자는 그의 아들이 그 부잣집 아들과 친구가 되어 그 집 나들이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당장에 짐을 꾸리고 산 너머 마을로 이사를 가 버렸다. 영문을 몰라하는 아내에게 말했다. ‘남 잘사는 것을 알면 나 못사는 것에 낙심(落心)을 하고 남처럼 못사는 부모를 업신여기게 되며, 잘되려는 마음에 금이 가게 되오, 그래서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소. 이해 하시구려’

또 증자는 아이에게 새 옷을 해 입혔을 때는 조상의 제사나 웃어른 뵐 때만 입게 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놀 때는 헌옷으로 갈아입고 놀게 했다. 더러워지고 해질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누더기 옷을 입은 아이들에게 소외감(疏外感)을 주고, 또래끼리의 친화(親和)에 위화감(違和感)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증자삼계(曾子三戒)이다. 옛날에 비해 자녀에 대한 관심이 몇 십 곱절 커졌다는 현대이지만 되새겨 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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