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은 위로를 할 수 없다
위선은 위로를 할 수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4.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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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위선으로 사람의 허영을 부추길 수는 있어도 사람을 위로할 수는 없다. 백화점에 가서 점원이 권하는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서 요모조모 따져보고 있을 때 그 점원이 다가와 “손님 그 옷이 참 잘 어울리셔요”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기분이 좋은 것은 허영이 반응한 것이다. 진정한 마음은 그런 잇속을 챙기는 위로에는 넌더리가 나기 마련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각종 ‘찌라시’를 건네며 잘 부탁한다고 하면 잘 부탁은 고사하고 짜증만 더한다. 찌라시들도 진화를 한다. 처음엔 그냥 찌라시만 건네며 교회를 나와라, 강의를 들어라, 이런 것을 사봐라 등이었는데 요즘엔 찌라시에다 사탕을 한두 개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건넨다. 내가 개인적으로 젤 좋아하는 찌라시는 비타민 분말이 달려있는 거다. 그런 걸 받으면 찌라시 읽을 생각은 아예 없지만 받아서 즉시 먹는다. 그러면 그걸 건넨 아줌마가 그것만 먹지 말고 교회도 좀 나오라고 하면 나는 먹던 비타민을 뿜는다.

요즘 부쩍 위로를 하려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치인들은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이다. 정치인들의 위선은 정말 꼴불견이다. 어쩌면 하나같이 진실됨은 된장 발라 쌈이라도 싸먹은 건지 좁쌀 알갱이만큼도 없다. 하루에도 서너 사람씩 왔다간다. 아쉬운 건 정치지망생들은 절대로 비타민을 명함에 달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뻔뻔스럽게 그런 것들도 없이 달랑 명함 한 장 내밀며 잘 부탁한다고 하면 얄미워서 콱 패버렸으면 좋겠다. 성실한 시민인 내가 비타민을 좋아한다는 것도 모르면서 정치는 개뿔, 하면서 그 뻔뻔한 명함을 받아서는 즉시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사흘 전 나는 참으로 난감한 위선을 목격해야 했다. 친지를 여윈 상주를 대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위로를 하겠다고 설치는 사람이 아무리 고위급 정치인이라도! 기본적으로 그런 상주를 무슨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겸손함이 있어야 한다. 그런 겸손함은 고사하고 ‘내가 나서면 아무리 깊은 상처를 받은 상주라도 감동하고 위로 받을 것’이라는 오만함으로 보무도 당당히 내가 왔으니 이제 위로 받으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온 국민이 목격해야만 했다. 위로를 한답시고 사람의 생명을 구해야 하는 그 귀한 시간이 세 시간이나 그 위로를 듣느라 허비됐다.

사람들은 쉽게 속는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이상하도록 오만하고 무지한 사람은 스스로 속이는데 재미를 붙였는지는 모르지만 국민을 그렇게 물로 보면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속는 데 재미가 들리긴 커녕 처음부터 속임수라는 걸 처음부터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다. 알고 속는 것도 정도 것이다. 아무리 순한 국민이라도 분노라는 것을 아예 잊은 건 아니다.

그토록 뻔뻔하고 경우 없는 그런 위로가 있은 사흘 후, 그 요령부득한 위로를 받은 사람이 오히려 분노해서 그 위로하던 위선의 주인공을 향해 새벽안개와 바람을 맞는 모습을 너무도 아픈 마음으로 목격해야만 했다. 위선의 위로를 한 사람을 찾아 서울로 향하는 사람들을 막겠다고 엄청난 경찰을 내보냈다. 진실이 없는 위로를 한다는 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사람을 살린다는 진실함은 없이 그저 내가 나서서 일을 해결하는 모습을 여봐란 듯 보여주어서 자신의 이미지를 살리는데 혈안이 된 사람을 왜 우리 국민이 믿어야 하는가!! 참으로 참담하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위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거리에 늘려진 쓰레기를 날리는 바람처럼 아주 가벼운 짓이었다. 그 분들의 마음이 지금 어떻겠는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 것인가. 그 분들을 위로하겠다는 마음이 진실이라면 한 생명이라도 구하겠다는 그 현장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고위 정치인이 그러니 그 밑의 정치인은 가볍기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또한 이런 일들을 지켜보는 선량한 국민들의 마음은 무겁기가 한정 없다. 안 되는 일인 줄 알지만 깊이 마음으로 빌어본다.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운동가이든 제발이지 어려운 사람 앞에서, 하물며 가족을 잃은 어려움을 당한 사람에겐 무슨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서 깊이깊이 마음으로 그들을 위로하며 작은 일이라도 실제로 도와주는 행동이 따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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