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4.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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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필자는 등산을 참 좋아한다. 그럭저럭 산을 좋아한지가 어언 한 50여년의 세월과 인연이 된것같다. 산 속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우리나라 산과 바다 건너 산들도 찾아 헤메이기도 해 보았더니 결론적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사람보다는 산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사람도 관상이 있듯이 산에도 역시 산마다 관상이 있다. 흙으로 뒤덮여 있는 산을 육산(肉山)이라고 한다. 육산은 먹을 것이 푸짐한 산이다. 반대로 바위가 험하게 솟아나온 산을 골산(骨山)이라고 한다. 산 이름에 악(嶽)자 들어간 산들은 골산에 해당한다. 즉 군살은 다 빠진 산이다. 산의 관상 포인트는 바위와 암벽이다. 바위와 암벽에서 그 산의 정기가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바위와 암벽이 많이 노출되어 있을수록 그와 비례해서 정기도 강하다고 판단하면 대체로 틀리지 않는다. 바위에 올라가 좌선을 하고 앉아 있으면 짜릿짜릿한 기운이 꽁무니를 타고 척추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서 뒤통수를 거쳐 눈썹 사이의 양미간에 도착하면 바람넣은 자전거 튜브처럼 팽팽하게 온몸에 기가 흐르게 된다. 이런 것을 맛보게 되면 말 할 수 없는 충만감이 느껴지게 된다. 이 느낌은 마약과 같아서 한번 맛을 알아 버리면 만사를 팽개치고 산을 다시 찾게 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육산이 지리산(智異山)이라고 한다면, 골산은 설악산(雪嶽山)을 꼽는다.

조선의 십승지(十勝地)중의 하나이며 불교문화의 요람지(搖籃地)라고 하는 지리산(智異山:국립공원1호)에는 화엄사(華嚴寺)·연곡사(燕谷寺)·쌍계사(雙磎寺)·칠불사(七佛寺)·법계사(法界寺)·벽송사(碧松寺)·영원사(靈原寺)·상무주암(上無住庵)등의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이 있으며 금강산 한라산(漢拏山)과 함께 신선(神仙)들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는 삼신산(三神山)이기도 한다. 광대무변(廣大無邊)하게 펼쳐진 산자락·여인네들의 치마 주름처럼 아름답게 휘감아 도는 능선(稜線)·장엄하게 펼쳐지는 운해(雲海)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골산인 해동(海東)의 설산이라고 하는 설악산에 가면 그 무수하게 솟아 나온 바위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이런 암봉(岩峯)들을 오르면 바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위의 기운들이 몸 안으로 쑥쑥 들어오게 된다. 이런 바위들을 타고 나면 피부의 주름이 펴지는 느낌을 받게된다. 뿐만 아니라 눈이 맑아지는 것 같고, 아랫배에 묵직한 기운이 차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백담사(百潭寺)에서 출발하여 기도발 잘 받는 다는 봉정암(鳳頂庵)을 거쳐 소청봉(小靑峰)에 이르는 약 13km의 코스는 물과 바위가 이상적으로 배합된 코스이다. 바위에서 나오는 화기(火氣)와 계곡 물의 수기(水氣)가 배합된 인체의 음양을 모두 보충해 주는 작용을 한다. 고스톱 칠 때 ‘열-고’를 자주 하는 불 체질들은 능선보다 계곡을 타는 것이 궁합에 맞는다. 백담사 계곡을 오르면서 수기(水氣)와 화기(火氣)를 충분히 섭취한 다음 소청산장(小靑山莊:1420m)의 마당에 앉아서 설악의 장엄한 바위봉우리들을 감상하는 일은 여기가 바로 별유천지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발밑으로는 용(龍)의 이빨 같은 형상인 용아장성(龍牙長城)이 도열해 있고, 오른쪽으로는 공룡(恐龍)의 등뼈를 닮았다는 공룡능선(恐龍稜線)이 꿈틀거리고 있다. 가만히 보면 공룡능선 너머로는 너무나 잘 생긴 울산바위가 돌출해 있는 광경이 들어온다. 이런 산에 들어가 장엄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너무 초라한 삶을 살았다는 회한(悔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지리산 속에는 3000여명의 산인(山人)들이 계룡산(鷄龍山)에는 1500여명의 산인들을 비롯하여 그 외에 높고 깊은 산에도 무수한 많은 산인들이 산과 더불어 생을 즐기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세 가지 특징은 직업이 없고, 굶어죽는 사람이 없고, 자살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들을 가리켜 방외지사라고 하니 이 또한 얼마나 자연다운 별칭이 아닌가. 아마도 이것이 산만이 갖는 매력일 것이다. 이만 하면 별난 곳에서 별나게 살아가는 별유천지비인간의 풍광이라 할 만하다. 꽃 피는 봄… 물 소리도 새롭고 새 소리도 새롭고 바람 소리도 새로운 산 내음이 참 좋구나! 돈이 많고 권력에 오염된 사람들이 어찌 청산을 그리워하겠으며 범종(梵鐘)소리를 좋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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