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버스 기사님
친절한 버스 기사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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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경상대학교
영어영문과 4학년
며칠 전의 일이었다. 엄마 생신과 아버지 제사 그리고 4개월 남짓 된 조카 돌보기 등으로 몸이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조금 있으면 개학이라 학교 가기 전 공부를 조금 시작할 의도로 도서관에 갈려고 시내버스를 탔다. 맨 뒷자석에 앉았던 나는 잠시 후 끝없이 졸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갈려면 환승을 해야 했기에 나는 시내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날씨는 늦더위를 알리는지 따가운 태양이 얼굴에 내려 쬐고, 무덥고 텁텁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자외선에 신경을 썼던 나는 항상 양산을 쓰고 다녔었다. 아뿔사! 양산을 깜빡 잊고 두고 내린 것을 버스가 한 정류장 간 후 알게 되었다.

함께한 물건에 애착이 유난히 많은 나는 빨리 버스 영업소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전화를 받던 분이 1시간 뒤에 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 버스는 이미 가고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앞에 탔던 버스와 같은 노선의 버스로 바로 갈아타고 종점까지 가려고 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서 버스 기사님께 내가 물건을 버스에 두고 내린 자초지종을 얘기 했더니, 다행히 아저씨가 앞전 버스 기사님의 전화번호를 아시는지 친절하게 전화를 해 주셨다. 손님이 갈 테니 물건을 보관해 달라고 앞 버스 기사님께 전화를 해서 당부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고맙고 친절한 아저씨의 승객을 배려하는 마음씨에 정말 감동을 받았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자기일 아니면 짜증을 내고, 관심을 쉽게 갖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양산은 1~2 만원으로 충분히 살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거의 1년을 함께한 양산이라 정도 들고 그리고 난 물건을 아주 아끼는 성격이라 양산을 꼭 찾고 싶었다. 하찮은 물건이라도 그것을 소중히 해야 오래 가고, 물건도 주인을 알아보지 않을까. 드디어 버스는 종점에 도착했고, 아저씨는 차를 돌려 앞서 내가 탔던 버스 뒤에 주차하셨다. 내가 내리자 앞 버스의 출입문 앞에 나의 물방울 양산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나는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이런 사소한 일이 사람을 이렇게 기쁘게 할 줄이야! 나는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 위해 내린 버스가 떠날 새라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즐거운 오후라고 적힌 까페라떼 커피를 사서 기사 아저씨께 드렸다. 그랬더니 기사 아저씨는 활짝 웃으시며 뭘 이런 걸 다 주냐고, 일어나셔서 겸연쩍어 하셨다. 나는 기사 아저씨께 공손히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날 기사 아저씨가 보여준 친절은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있다. 그리고 난 항상 그 친절을 잊지 않고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또다시 그 기사 아저씨처럼 나도 그렇게 친절을 베풀 것이다. 요즘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나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하루를 무의미 하게 보냈었다. 나이가 들수록 감사한 마음을 잊고 산지도 오래 된 것 같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사소한 친절이라도 베푸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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