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자(中國文字)의 특성(Ⅰ)
중국문자(中國文字)의 특성(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8.1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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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국립경상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강의)교수·진주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장·지리산 막걸리학교 교장
 

중국문자의 특성은 곧 중국문학이나 예술의 특성과 성격을 같이하고 있다. 나아가서 중국문화와 중국의 존재와도 숙명을 같이하고 있다. 그것은 중국이 만약 반만년 전에 네모난 한자가 아니고 꼬불꼬불한 필기체였다고 가정한 때 모든 형제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게 중국의 숙명적인 상징인 문자는 상대적인 장점과 결점을 안고 문학이라는 대하를 일구어 온 주무기가 되었고, 예술이라는 성벽을 쌓아온 하나의 방법으로 성장해 왔다.

문학의 영토에는 비록 구속과 해방의 충돌을 오래오래 대립시켜 왔지만, 예술에는 그가 지닌 독특한 형식의 미(美)를 살려 하나의 도락(道樂)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이것은 문자 자체가 지닌 특성 때문이었다. 그 특성은 이미 숙명적으로 문화와 함께 토착되어 더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이르게 되었다. 비록 한자의 라틴화와 병음방안(拼音方案)을 내놓고 오랫동안 연구와 시도를 겪었지만, 문자가 지닌 토착적인 특성이 문자 이외의 문화가 주는 무겁고 깊은 연대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 첫째는 한자의 조직이 단음절어인데다가 동음자(同音字)가 너무 많다는 기성 조건을 극복 혹은 조화하기에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는 한자가 지니는 회화성 ‧ 음악성 ‧ 정제성(整齊性) ‧ 간결성(簡潔性) 때문에 이룩된 중국문화의 풍토 전환이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는 표의(表意) 문자로서의 한자가 지녔던 무궁한 조어력을 포기하기에는 보다 많은 어려운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넷째는 어느 나라보다 풍부한 자기 고전(古典)에 대한 향수가 있는데다 그 개발을 위한 국민 교육상 문화정책상 소비가 너무 크다는 점들이다.

바꾸어 말하면 중국이 문학혁명은 가능하지만 문자혁명이 어렵다는 점인데 이는 바로 한자가 지닌 특성, 혹은 장점이 되고 있다. 위에서 밝힌 단음절어의 조직, 동음자의 다복성 ‧ 회화성 ‧ 음악성 ‧ 경제성 ‧ 간결성 ‧ 조어력과 반만년 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현실성 등을 들 수 있다.

한자의 장단점을 대강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장점으로는 첫째 미술성과 음악성을 포함한 예술성을 들 수 있다. 기음문자가 갖출 수 없는 형식미(形式美)는 은상(殷商)의 갑골 복사(甲骨卜辭)로부터 그 배열이 정제하고, 주대(周代)의 동기명문(銅器銘文)에도 그 행자(行字)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정중하고 엄숙한 미를 나타내고 있거니와 주(周)대부터 시작한 4 ‧ 5 ‧ 7언(言) 등의 시(詩)롸 4 ‧ 6병문(騈文)을 통하여 미술상의 대칭미(對稱美)와 음악상의 협화감(協和感)을 주고 있다.
둘째는 한자의 단음절화된 특성을 살려 무궁한 조어력(造語力)과 분합(分合)을 자유로 조절할 수 있는 신축성(伸縮性)을 지니고 있다. 글자마다 가진 독립적인 음의(音義)는 자유로이 조화 발전하여 무궁한 단어를 창조할 수 있거니와 구절의 장단(長短)과 음절을 자유로이 조정하여 문자가 우리에게 주는 외재성(外在性)과 저애성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 그 문장의 길이에 대한 신축성뿐만 아니라 고저(高低) ‧ 억양(抑揚)과 허실(虛實)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셋째로 함축성(含蓄性)과 간결성(簡潔性)을 통하여 문장의 강도(强度)를 확보할 수 있다. 과분한 강도는 문장의 강화(僵化)를 초래할 수 있지만, 짧은 단어로써 심오한 내용을 담으려는 것은 문학이 추구하는 최고의 표현 방법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여기서 문자라는 것이 다수의 표현 도구로서 실용가치를 가져야 함을 감안할 때 문장이 너무 경구(警句)나 격언(格言)으로 심화(深化)되어 가는 병폐도 수반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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