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아버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8.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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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곤섭/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십여 년 전 진주로 이사 온 아내가 ‘좋은 글’에서 퍼 프린터 해 왔다며 냉장고 문에 붙여놓았던 ‘아버지란 누구인가’란 글이 새삼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 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직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속담이다.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줄 그럴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도 생각하고 남모르게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군대생활을 보여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어린 시절 추억을 떠 올릴 때에도 대부분의 우리 아들들은 ‘어머니’를 부른다. 물론 ‘아버지’를 언급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때의 주인공 ‘아버지’는 대부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돌아가신 후의 그립고 보고픈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근의 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 미국 두 나라 아버지와 아들간 대화시간이 일주일 평균 7분정도로 비슷하다고 한다. 이는 상당한 거리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많은 아버지들이 자신의 아들들에게는 애정표현을 제대로 않고 보내는 반면, 아들의 아들에겐 무한한 애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심리학전문가는 ‘많은 아버지들이 딸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지만, 아들은 자신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사랑 한다’고 분석한다. 우리주변에서 ‘딸 바보’는 넘쳐나는데 ‘아들 바보’는 굉장히 드물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 아버지들 세대엔 아들이 자신의 기대수준에 도달해야만 만족한 아들이라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고 미워라 하셨던 것 같다.

김현승 시인의 시 ‘아버지의 마음’엔 이런 구절이 있다.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양심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치신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우리 아버지들이여! 지금부터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우리 아들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아들 모습도 사랑하면 어떨까?

‘아버지는 뒷동산에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아버지’란 시에서처럼 자녀들에게 어쩌면 아버지는 큰 산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어렸을 적엔 매서운 바람으로 부터 지켜주는 든든한 안식처이기도 하겠지만, 커가면서는 차츰 차츰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그 산을 잘 넘어서야 자기 인생을 온전히 살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늘 그 산에 마음이 빼앗겨 그 언저리에서 넘어지고 주저앉는 불완전한 어른으로 남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가 많이 걱정되는 요즘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바로서야 이 사회가 좀 더 바로 서지 않을까? 해결의 실마리는 ‘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군 입대를 앞둔 아들의 아버지로서, 오늘의 ‘아버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서 ‘아버지’ 시를 다시 한 번 새삼스레 음미해 본다.

“아들아! 차츰 차츰 아버지란 산을 잘 넘어서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운 진짜 어른이 되어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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