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도 계절이 있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음식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없이 전어를 말하고 싶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단 말도 있듯이 전어는 가을에 맛이 제일이다.
사계절 중 가을 전어 맛이 제일인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가을이 되어서야 살이 오르기 때문이다. 전어는 4월에서 6월 사이에 강 하구 근처에서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느라 체력을 소진한 봄 전어는 맛이 사철 중에 가장 못하다. 여름이 지나면서 전어는 플랑크톤을 먹고 살이 오른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살이 단단해지고 기름기가 돌아 고소한 맛이 나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전어가 겨울을 대비해 살을 찌우고 지방을 비축하기 때문이다. 가을이 다가오면 전어가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다른 이유로 전어를 먹는 방법과 관계가 있다. 전어를 회로 먹는 방법에는 뼈를 제거하고 포를 떠서 잘게 썰어 먹는 방법과 ‘세코시’라고 뼈째 썰어 먹는 방법이 있다. 전어를 즐기는 이들은 연한 뼈를 함께 씹는 맛을 빼놓고서는 전어의 맛을 이야기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봄여름에는 뼈가 너무 연해 맛이 없고 겨울이 다가오면 뼈가 단단해져 씹는 풍미가 줄어든다.
전어를 어디에서 먹어야 맛있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바닷가에서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도 전어를 금방 잡아온 것을 파는 횟집에서 먹으라고 하고 싶다. 전어라는 녀석은 성질이 급해서 수족관에서 오래 살지 못한다. 전어를 오래 살리는 방법 중에 수족관의 염도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 낮은 염도에 사는 전어는 육질에 물기가 돌고 물러져 씹는 맛이 줄어들고 비린내도 날 수 있다. 맛있는 전어를 먹자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바닷가로 달려가 싱싱한 전어를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몇 해 전 진해의 작은 횟집에 초대되어 먹은 떡전어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떡전어를 소개한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떡전어는 잡히는 양이 적어 진해 인근이 아니면 맛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올해는 여름이 유난히 덥고 길었다. 그 탓에 사람은 더위에 지치고 힘들었지만 전어의 살은 더욱 단단하고 감칠맛이 난다.
아름다운 가을이다. 맛을 따라 떠나는 가을 여행을 생각 중이라면 진해만으로 가보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전어, 떡전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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