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성적표가 행복의 척도가 아니길. 행복은 성적순?!
한 장의 성적표가 행복의 척도가 아니길. 행복은 성적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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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한국 교육 구조는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날이면 모든 국민이 한 마음이 되는 날이니까. 어제 수험생의 손에는 시험성적표가 쥐어졌다. 어떤 이는 환호성을 질렀을 것이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며 내년을 기약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한 문제로 등급이 달라진 시험 결과. 수시에 합격을 한 학생들은 예외이겠지만, 최저 학력 기준이 적용되는 학과에 지원하여 수시에 불합격되는 학생들과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정시만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은 이제부터는 눈치작전은 시작된다. 학생의 적성 보다는 서울에 위치한 상위 서열의 대학으로 좋은 성적의 학생은 몰릴 것이다.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은 좋은 성적의 학생을 뽑고 싶지만, 이미 많은 부분을 포기했다. 학생의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100%의 입학률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명의 학생도 소중하게 여기면서 어떻게든지 자대에 입학시켜 보려고 갖은 노력들을 해 볼 것이다.


12년의 교육, 유치원 교육까지 합하면 최소 14년의 교육을 받은 결과가 이 한 장의 종이에 들어있다는 안타까운 현실. 선발을 위한 간단한 시험으로만 존재하면 좋으련만 이 시험을 위해 청소년의 12년 인생을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시킨 우리의 교육 현실이 항상 안타깝다. 어떻게 하면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교육구조로 바꿀 수 있을까에 많은 교육 관계자들은 고민을 하지만, 사회 전반에 얽혀있는 그물망은 그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교육의 근간인 목적부터가 흔들리게 될 수도 있다.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누구를 위한 진보인지 이제는 쉽게 얘기할 수도 없다.

학창시절에만 누를 수 있는 즐거움은 사라지고, 오로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밑거름으로만 존재하는 교육 현실. 좋은 유치원을 나와야 좋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오고, 중학교의 성적은 다시 고등학교로 이어진다. 고등학교 진학부터는 본격적인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다. 공교육의 문제점들이 대두되면서 학부모는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자율형 사립고 등에 진학하는 것이 상위 서열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념을 꺾지 않는다. 학교 교육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커져만 가는 사교육 시장만 보더라도 이 악순환의 고리는 현행 교육 이념이 유지되는 한 공감이 가는 해결책은 영원한 숙제로 남을 수 있다.

매년 출제되는 수학능력시험 문제도 바람 잘 날 없다. 500여명의 인원이 34일간의 감금 생활을 하면서 출제된 문제를 두고 괜찮았어라고 보도했던 언론을 본 기억이 없다. 매년 난이도 조절의 성공여부, 변별력의 여부 등등 한 해도 조용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올해는 2문제나 복수 정답을 인정해야 했고, 작년은 뒤늦은 복수 답안 인정으로 법정 문제로까지 발전한 사례들 등. 교육 당국은 매년 출제 운영 체제 개선을 해결책으로 내어 놓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든다. 환경이나 정책에 따라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는 것이 항상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속성을 가진 정책을 희망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이 제자리를 찾고 운영 체제가 정착하여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안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과 개선으로 좋은 제도, 좋은 정책으로 자리매김할 정도의 여유는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에 오늘도 우리는 지식기반 사회라 얘기하고 자기주도적 학습과 문제해결력의 강화, 평생학습 개념이 등장하면서 학교가 제 역할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아닌 다른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사회, 취업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대학생들에게 우린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인생 여행에서 20대의 청춘이 책상에서 보는 수험서만이 해결책이 아님을 우리 기성세대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좋은 성적, 명문대 진학,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의 취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부모는 자식에게 다양한 삶의 길이 있음을 알려주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열기를 도와주는 인생 선배, 행복한 가정 경영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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