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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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0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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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 시조시인)
 

편지요!

외치던 집배원의 목소리가 가끔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요즈음에 손으로 쓰는 편지는 극히 드물다. 모든 게 전자우편으로 혹은 스마트폰 문자나 카톡으로 보내거나 전화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만다. 그래서 손으로 꼬박꼬박 쓴 육필 편지는 보기가 힘들어지고 집배원도 편지보다는 다른 우편물이나 인쇄물을 전달하는 것이 더 많아졌다.
얼마 전에 촌에 있던 편지를 정리한 적이 있다. 1981년도에 발령을 받은 나는 학교를 단기간에 몇 번이나 옮겨서 제자들한테서 편지를 많이 받았었다.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 받은 편지를 옛날 양복 상자에다가 모아 두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어디에 둘 데가 없어 모아두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옛날의 편지를 아직까지 모아 두었다는 것이 마음을 뭉클하게 하였다. 아마도 농촌에 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이 있어서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벌써 30년이 넘은 편지들도 꽤 많아서 파일에다가 학교별로 정리하였다. 그것을 본 선생님들은 대단하다고 야단이었다. 그때 제자들이 연필로 혹은 볼펜으로 쓴 편지지에는 글씨가 또박또박 잘 쓰여져 있었다. 지금의 아이들 글씨와는 견줄 수 없이 잘 쓴 글씨였다. 초등학생이던 제자들이 중학교에서도 보낸 편지들도 있었고, 그때 친구나 선후배들이 쓴 편지도 더러 있어 귀중한 나의 보물이 되었다. 그 편지를 읽어보면서 그 당시의 나의 마음과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하였다.
얼마 전에 우리학교에서는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전담 선생님이 캐나다에 있는 원어민 선생님의 누님이 다니는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펜팔을 보냈다. 그리고 편지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옛날엔 펜팔을 많이 하였는데 요즈음에는 옛 이야기로 되고 말았지만, 원어민 선생님과 학생들이 우리말로 편지를 쓰고 다시 영어로 고치는 수고를 하여 제법 시일이 걸려서 보낸 편지들이다. 아이들도 처음으로 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것에 호기심과 설레이는 마음으로 들떠서 좋아하였다. 편지를 주고받으면 시일이 걸려서 아마 조금 있으면 전자우편으로 옮겨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면 그 편지지에 실려 있는 마음과 냄새 그리고 생각들을 느끼지 못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편지를 받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꼬박꼬박 바른 글씨로 써내려간 사연들이야 말로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답장을 받을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내 마음도 즐거워진다. 아이들이 이 편지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영어에도 재미를 붙였으면 좋겠다.
편지!
나에겐 또 다른 편지가 몇 통이 있다. 플랜코리아라는 봉사단체를 통해서 결연을 맺은 아이한테 보내고 받은 편지와 사진들이다. 몇 년 전부터 받은 편지엔 그 아이의 사연이 적혀 있어 읽는 마음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어릴 때에는 아이가 못쓰니 아이의 아버지가 편지를 쓰고 자원봉사자가 다시 영어로 그리고 한글로 바꿔 쓰는 과정을 거쳐서 나에게 온 편지였다. 모두들의 정성이 담긴 편지였다. 그리고 나도 편지를 쓰면 거꾸로 단계를 거쳐서 아이에게 전달이 된다고 한다. 지금은 아이가 편지를 쓸 나이이니 아이가 직접 편지를 썼다. 하지만 중국의 변두리라 한번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으면 계절이 바뀌어 있어 더 소중한 편지가 된다.
느리게 가는 편지, 100년 뒤에 전달되는 편지 등 다양한 모습으로 편지를 보내게 하는 것이 등장을 하였지만 우리는 일상의 바쁜 핑계로 우리의 여유로운 삶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편지라는 정겨운 사람간의 소통에도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손으로 쓰는 편지, 또박또박 쓰는 글씨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편지지를 다시 한번 느껴보면 어떨까? 그리운 사람에게 혹은 친구에게, 아니면 마음에 떠오르는 사람에게 잘 쓰지는 못하는 글씨와 내용이지만 나의 마음을 담아서 편지를 써보자. 그리고 우체통에 넣어보자. 우리들의 정들이 편지를 타고 상대방에게 따뜻하게 도착할 것이다.
나도 올해가 다 가기 전에 편지를 써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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