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플라워창업수기-다섯번째
커피플라워창업수기-다섯번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1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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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외국 커피 시장을 둘러보고 깨달은 것은 대한민국의 커피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맛있고 대량으로 로스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기로 결심했다.

2~3년 뒤 시장이 형성될 것 같은 진주 평거동 지역의 빈 점포나 좋은 목의 점포에 들어가서 임대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고, 주인을 설득하기 위해 가게 청소와 잡다한 일도 했다. 5kg과 12kg 용량의 커피 로스터 두 대가 들어가는 넓은 평수를 고르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권리금 없이 5년간 임대 계약할 수 있는 마음에 드는 장소는 6개월이 지나서야 얻었다.

매장이 넓고 복층 구조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하는 고목만으로 진행하다 보니 3개월 이상 길어져 자재비, 인건비, 12kg 독일제 로스터 대금 상환이 계획한 것 이상으로 많아 적금, 보험 해약과 1년 동안 나눠 갚는 차용 조건으로 타협하여 어렵게 2010년 8월 달 로스팅 카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부족한 커피와 와인 공부를 하기위해 매주 두 번씩 서울 가는 막차 버스 안에서 잠을 잤고, 오후엔 미국 커피협회 커피감정사 , 유럽 바리스타, 미국 바리스타, 유럽 디플로마 자격증 공부를 했고, 야간에는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에서 와인과정을 1년간을 배웠다.

전문대학 학력으로는 부족하여 경희사이버대학교 호텔경영학 공부를 하면서 “커피를 볶는다.”는 말 대신 “커피를 구워낸다.”는 표현을 쓰게 되었고 커피플라워만의 커피 맛을 찾고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오픈부터 지금까지 8년간 운영하면서 적자로 인해 직원들 급여를 제 때 지급 못하고 가스중단이나 전기 단전되는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20명의 직원과 파트타임들이 맛있는 커피 만드는 열정과 도전에 빠져 열심히 일하는 카페가 되었다.

“사장은 외롭다”라고 했던가?

홀로 고민하고, 결정하고, 해결하며 카페를 꾸려 간다는 것은 외로움과의 싸움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내 곁에서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다름 아닌 커피플라워의 모든 직원들이다.

맛있는 커피 레시피만 있다면 커피는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손님 한분 한분에게 감동을 전하는 건 사장이 아니라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카페경영의 열쇠는 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 로스터, 미각이 뛰어난 커피 감정사가 아니라, 커피 한잔을 내릴 때 맛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좋은 재료의 커피가 없다면 없는 데로 손님에게 진심과 정성을 담아 대화와 소통하고자 하는 바리스타의 마음이다.

지겹게 듣는 서비스 교육과 커피교육!

칭찬보다는 잔소리가 많은 사장임에도 오늘날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커피플라워 직원들이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44살이면 잠시 쉬어가고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나이지만 아직은 카페사장으로 남고 싶지 않다.

수년째 커피 로스팅, 바리스타 대회에 참가해서 아직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커피바리스타 태극마크를 달아보고 싶다.



오너가 커피에 대한 열정이 식는다면 직원들은 카페를 떠나게 될 것이다.

8년째를 맞이한 커피플라워가 바로 옆 대형 카페가 오픈을 해도 흔들림이 없는 이유는 식지 않은 열정 때문이다.



진한 커피 한잔을 들이킨다.

혀의 미뢰 세포들이 진한 듯 부드러움과 목안과 후두로 향이 가득하게 퍼짐을 느낀다. 머릿속까지 전해진 커피 맛은 눈물샘을 자극하며 눈가를 촉촉하게 적시고 지난 추억을 생각게 한다.

커피 많이 마시지 말라며 아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던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커피와 인연을 맺게 해준 건 어쩌면

커피를 좋아했던 아내가 내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 아니었을까?

지금 나는 아내가 마셨던 그 진한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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