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눈을 키워주자
시대적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눈을 키워주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1.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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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외국을 여행하다가 보면 줄서서 기다리는 풍경을 가끔 보게 된다. 매표소, 식당 앞에 줄을 서서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미국을 잠시 방문한 적이 있다. 줄서는 것을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 궁금할 정도로 가는 곳마다 줄을 서 있는 것이다. 블랙데이처럼 할인율이 높은 세일을 하거나 신제품이 출시되는 날에는 하루 전부터 읽을거리와 먹을거리, 앉을 의자까지 마련해 와서 줄을 서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공공기관이나 은행을 방문해도 담당자와 고객은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뒤에서 기다리는 나는 조급증에 몇 번의 기다림을 포기한 적도, 다른 볼 일을 먼저 보고 돌아와 일을 처리하곤 했다.

경험한 일 중 하나는 기거하던 집에 인터넷 설치를 의뢰했더니 완료까지 3주일이 걸렸다. 신청하고 3일 정도면 설치가 완료되는 간단한 작업을 관련된 모든 부속품을 점검하면서 설치를 해 주는 것이다. 건축물을 지을 때도 복잡한 일을 처리할 때도 설치자 따로, 점검자 따로. 답답할 정도로 단계별 점검을 빼지 않고 수행한다. 단계별 일이 완료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법이 없다.

왜 외국인과 우리는 이런 차이가 날까? 문화적인 충격 중 하나였다.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문화가 사람을 크게는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것 같다. 조급함이 부른 많은 부실의 결과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 분야에도 있다.

대학이 학생을 모집하여 졸업생 배출까지 바로 졸업하는 학생은 4년, 군대를 갔다오면 6년, 7년의 시간이 걸린다. 지난 10 여년 동안 대학의 학과 명칭들을 보면서 이 또한 우리 사회의 조급함의 한 면을 보여준다. 기초 과학이나 인문학을 가르치는 학과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작년에는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외치던 집단이 올해는 취업의 중요성을 말하며 기업에서 바로 활용가능한 인재를 키우라 한다.

시대적 요구를 발빠르게 반영해 변화하고 개혁하는 것으로 긍정적 평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외모에 취중하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을 택하고 싶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학과 명칭도 바꾸고 교육 방향도 바꾼다면 우리의 교육 문화는 어떤 방향으로 갈까?

생존의 절실함을 겪는 대학은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 교육부의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 학교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기획하기도 한다. 평가자의 구미에 맞는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내실을 보고 평가할 수 있는 잣대, 평가자를 선택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교육을 받는 이나 교육을 하는 이나 교육법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가? 교육법에 교육의 목표가 잘 나와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별 국가가 설정한 교육 목표가 있고, 학교별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 목표도 있다. 교육 목표는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인간상 혹은 행동 특성을 명시하여 교육 활동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교육 목표에 따라 교육 과정과 교수법이 나온다.

시대성과 지역성을 반영한 구체적 교육 목표 설정이 잘못되면 배가 산으로 가게 되어 돌이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진보적 교육 과정이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교과 중심의 교육에서 경험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우리 부모들은 알아야 한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 교과서만을 가르치는 학원을 보내는 것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우리 아이가 원래 가진 상상력을 찾아주고 창조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찾아주시길 바란다.

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우리 학생들에게 시대적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눈을 키워주어야 한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응용을 할 수 있는 학생으로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준비할 수 있는 눈은 하루 아침에 공부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혁신은 최소 10년을 준비해야 이루어진다고 한다. 행동 하나를 바꾸는데도 최소 21일이 걸린다. 철저한 준비와 실행, 평가를 기획한 혁신의 첫발을 내딛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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