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탐방기
유럽 탐방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2.15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

오매불망(寤寐不忘) 기다려 왔던 서유럽 탐방의 기회가 온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영국을 거쳐 이태리,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프랑스의 수도 및 미술관과 박물관, 문화재, 관광지들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는데 팍팍한 일정 때문에 꽤나 고생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다녀와서 며칠 동안은 오후 3~4시에 일어났었는데 프랑스 시간을 보니 희한하게도 아침 기상 시간에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 나쁜 버릇을 고치려 했으나 한동안 몸은 유럽의 시간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런던은 뿌우연 템즈강 안개 속에 타워 브릿지와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빅벤 그리고 대영 박물관속의 조각상들이 머리에 떠오르며 빨간 이층 버스와 오래 됨직한 뽀쪽뽀쪽한 건물과 아치형 창문들이 기억에 남는다.

일행은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하여 이태리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과 성 베드로 성당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성 베드로 성당의 내부를 둘러보면서 느낀 감정은 이것이야말로 성당 건축물의 백미라고 칭할 만큼 웅대하면서 화려 하였다. 그렇게 넋을 놓은 채 광장으로 나오니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넓고 넓은 중앙 광장에 턱 버티고 있다. 광장 주위에는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에워싸고 있어 오래되고 멋진 도시임을 자랑하듯 제각기 폼을 잡고 있으나 그 멋이 오랜 역사임을 아는 나로서는 부러울 뿐이다.

간간히 보이는 이태리 소나무는 그 풍광에 정점을 더하고 있었다. 해가 저무는 무렵에 보는 콜로세움은 인간이 돌을 쌓을 수 있는 한계를 보여 주는 듯 웅대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나 오랜 비바람의 풍파에 시달린 듯 대리석 중간 중간에 구멍이 나 있음에 보는 이의 마음이 찡 하기도 하였다.

판테온 신전 중앙의 높고 웅대한 아치형 돔 지붕과 그 시절 이집트에서 가져와 세운 아주 커다란 돌기둥들을 보면서 무거운 시선을 아래쪽으로 돌리고 말았다. 그랬더니 바닥에도 온통 오래된 돌로 거리를 장식하고 있고 그대로의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는 시민들과 그 예스러움에 또 한 번 부러웠다.

르네상스 건축의 시작을 알리는 부루넬레스키의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은 또 다른 문화를 펼치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것은 목조 지지대 없이 지어진 가장 거대한 팔각형 돔 지붕이었다. 지금은 별 다를 것 없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당시의 건축물에는 존재 하지 않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현재의 건축가들이나 학생들도 곡선이나 돔을 이용한 건축물 설계는 무척이나 힘들고 감각이 뛰어나야 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 힘든 수학적 계산을 컴퓨터가 대신 해주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본적인 계획 설계는 일일이 손으로 그려야 하고 상상해 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

마지막 여행지인 프랑스의 자랑거리인 루브르 박물관에서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과 들라크르와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다비드의 ‘나폴레옹 대관식’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을 보고 지하 건축물로 통해 밖으로 나오니 루브르 궁전의 피라미드 유리관과 궁전의 자태가 또 한 번 감동을 준다. 이태리와 그 밖의 몇몇 유럽 국가들의 자랑 거리는 오래된 건축에 있다면 프랑스의 자랑거리는 확실히 미술과 건축이라는 생각이 확 들게 해준다. 그 예는 베르사이유 궁전에서도 볼 수가 있는데 바르크 건축의 호화로운 건축물과 그 안에 잘 보관되고 진열 되어 있는 그림에서 그 나라가 추구 하는 이상향(理想鄕)을 알 수가 있다.

우리는 그렇게 잘 보관되고 자랑스러워하는 미술품과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여행을 가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를 보고 우리 문화에도 어떻게 접목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21C의 선진 국가는 예술과 문화, 과학이 주도하는 나라가 세계를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