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3.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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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옛날에는 우리의 대명절 중에 하나였던 정월대보름이 이제는 축소되고 퇴색되어 달집을 만들어 태우는 것으로만 된 것이 아쉬워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옛날에는 설명절부터 대보름 사이에는 많은 일이 이루어졌다. 지방마다 약간은 다른 풍습을 가지고 있지만 대동소이하지 않았나 여겨진다.

설명절에 부모님과 가족끼리 세배를 드리고 나면 가까운 이웃에게도 세배를 드린다. 설날에만 세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설 이후로 짬을 내어서 세배를 하는 것이다. 보통 친척집에도 들러 새해 인사겸 세배를 하는 것이 대략 정월 대보름까지 아닌가 여겨진다. 그러면 덕담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받고 나면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마다 있는 풍물패가 온 마을을 돌며 지신밟기를 한다. 정월 대보름까지 이루어지는 이 풍물패의 놀이는 집집마다 잡신을 쫒고 새해의 안녕을 기원한다. 가정집에서는 부엌과 장독대 등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부터 안녕을 기원하는 것이다. 또한 정월대보름부터 농사가 시작된다는 유래도 있어 우리 농경사회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동네는 자그마한 면 중심지의 마을이었다. 그래서 우리 또래의 아이들이 많았다. 설명절이면 이웃집의 친구집에 세배를 다녀오고 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풍물패를 따라서 이집 저집을 들락거리기도 하면서 정월 대보름이 되기를 기다렸다. 정월 대보름이면 부럼을 깨어 먹고 한 해의 건강을 축원하기도 하였고, 오곡밥을 먹기도 하였는데, 집집마다 오곡밥을 다 해 먹기가 어렵기 때문에 복조리를 들고 다른 집에서 밥을 얻어와서 오곡밥을 먹기도 하였다. 친구들끼리 만나서 몇가지 밥을 먹었는지 물어 보고, 내가 먹지 않은 밥이 어느 누구의 집에 있는지 서로 알아보아서 얻으러 다녔다. 서로 나누어 먹는 좋은 풍습이었던 것 같다.

얼마전에 남강 둔치에 산책 겸 운동을 하러 아내와 함께 걸었었는데 나무를 많이 쌓아둔 것을 보았다.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하였다. 대충 나의 짐작으로 정월 대보름에 달집을 만들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을 하였었다. 하지만 정월 대보름까지는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갸우뚱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설이 지나고 난 어느 날 그 곳에는 대나무를 보태어서 달집을 만들고 있었다. 달집을 만드는데 차량을 동원해서 만들고 있었다. 규모도 굉장히 큰 달집이었다. 몇 년 전에는 남강 둔치에 달집을 대 여섯 개나 만들어서 태웠었는데 이번에는 큰 것 하나와 또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는 것 하나였다. 달집을 태워서 복을 비는 풍습과 함께 일년의 농사를 풍년이 들어 달라고 기원하는 행사의 하나로서는 대형화 되어 가는 행사가 된 것 같다.

달집을 태우고 나면 남는 완전히 재가 되지 않은 불씨를 깡통에 넣어서 줄을 매달아 뱅뱅돌리며 놀던 쥐불놀이, 새봄의 씨앗을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논두렁을 태우던 논두렁 태우기, 소원을 적어서 연줄에 매달아서 띄우던 연날리기놀이, 밤이면 1년 내내 건강하게 지내도록 기원하며 걷던 다리밟기 등등 정월 대보름이면 지방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아름다운 풍습으로 온 동네가 떠들썩 하였다. 이제는 불이라는 무서운 존재의 개념으로 바뀌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이런 풍습이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달집을 태울 때면 그 옆에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동산위에 둥그런 보름달이 떠오르면 (어떻게 보면 1년 중에서 제일 크게 보이는 달이다.)
달집은 불이 붙여지고 1년의 가족 건강을 비는 사람들은 속옷을 같이 태우면서 두 손 모아 빌고 있다. 달 중에서도 꽉 찬 보름달을 보면서 나 보다는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은 저 달집처럼 활활 타올라서 가족의 안녕을 가져다 줄 것이다. 설이 지난지 보름이 되는 정월 대보름, 1년의 불행을 씻어내고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가 설부터 보름까지 이어져서 마지막 저 달집과 함께 모든 불행과 나쁜 기운은 활활 타버리고 1년 동안은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 하늘엔 둥근 보름달이 대지를 비추고, 땅 위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은 커다란 달집이 활활 타면서 1년 동안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환희로 가득 차서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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