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싸우는가?
우리는 왜 싸우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3.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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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포악한 성격이 특징인 육식동물도 동족 간 영역 전쟁이나 암컷 쟁취를 위한 싸움을 하지만 마지막까지 상대를 공격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서로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릴지라도 거기까지다. 어느 쪽이든 한 쪽이 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면 싸움은 그것으로 끝난다. 꼬리 내린 작은 개를 큰 개가 물어 죽이지는 않는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싸우고 잔인한 행동을 일삼지만 서열이 결정되면 평화가 찾아온다. 만일 서로 죽이고 잡아먹는 습성이 육식동물 사이에 있었다면, 이미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은 멸종되고 말았을 것이다.

원숭이 사회도 한 마리의 대장이 무리를 거느리다가 힘이 약해지면 대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새로운 지도자가 선택된다. 그러나 대장이 된 원숭이가 의기양양해 약한 동료를 계속 괴롭힐 경우, 남은 원숭이들은 즉시 단결해 대장을 끌어내리고 무리를 지켜줄 새로운 지도자를 다시 선출한다. 동물들이 싸우는 이유는 오직 자신들의 평화와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인간은 어떠한가? 인간들은 싸우기 위해 싸운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다른 곳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 스포츠다. 인간은 스포츠를 통해서도 계속해서 싸우면서 그것을 즐기는 존재이다.

동물들은 고피질에서 생성되는 두려움 때문에 싸움을 끝까지 계속하지 못하지만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 두려움이 조종하는 공포심에서 도망치려고 최후까지 싸워 상대방이 완전히 쓰러져 다시는 공격하지 못하도록 과감하게 해치고 만다. 어쩌면 가장 발달했다는 것은 가장 두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19세기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생물학적으로 고찰하면 인간은 아주 무서운 맹수다. 같은 동족을 조직적으로 희생물로 삼은 유일한 짐승이다"라고 했고,

20세기 영국의 철학자이며 평론가인 버트랜드 "러셀은 인간에게는 세 가지 싸움이 있다. 첫째는 인간과 자연과의 싸움이요, 둘째는 인간과 인간과의 싸움이요, 셋째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세 가지 싸움은 그 성격이 대단히 다르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그 중요성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그 싸움의 방법도 상대에 따라 전혀 판이하다. 자연과의 투쟁은 물리학과 기술로 이뤄지며… 인간과 인간의 투쟁은 정치와 전쟁으로 행해지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종교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왔다" 라고 했고,

뇌 생리학의 대가인 일본 동경대학 의대 교수인 도키자네 도시히코는 "사자는 배고픔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얼룩말을 죽이지만, 같은 사자끼리의 싸움에서는 동료를 결코 죽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같은 종족끼리 서로 죽이고 죽는다. 인간의 전쟁은 참혹하고 군대의 문서는 피로 물들어 있다"라고 했다.

경쟁의식은 인간이 발달하고 있다는 성장의 특징이다. 그러나 지나친 성장은 의욕적인 경쟁을 넘어 야심이 되고 정복욕으로 발전해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전쟁과 살인은 이러한 정복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이기든 지든 비참한 결과를 가져온다.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상 어디에선가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이란 정당화된 살인일 뿐이다. 마치 한 명을 죽이면 살인, 천 명을 죽이면 영웅이 되는 것처럼 인간 스스로 변증논법으로 대변이라도 하고 있다.

미국의 31대 대통령을 지낸 하버트 후버는 "전쟁은 늙은이들이 일으키지만 싸워서 죽어가야 하는 존재는 젊은이들이다"라고 했으며 35대 대통령을 지낸 존F·케네디는 "인류가 전쟁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라고 하기도 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지드는 "인간이 조금만 덜 미쳤더라면 전쟁이 일어나는 비극은 막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전쟁의 비참함과 어리석음을 아무리 강조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묵스님은 수상집 죽비 깎는 아침에서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6·25전쟁을 경험한 필자가 한반도의 분단이 화약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현실이 걱정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가 동물적인 싸움이 아닌 지혜를 모아 평화적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인간의 싸움이 무엇이며 전쟁이 무엇인가를 한 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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