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맛깔스러움을 즐겨보자
공부의 맛깔스러움을 즐겨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3.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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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게임·영화학부 교수

3월이 되면 봄의 기운은 나무로부터 시작되나 보다. 매서운 추위였기에 겨울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올해도 어김없이 매화의 꽃을 활짝 필 즈음이면 목련의 꽃방울은 맺히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학생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교정을 가득 채우고 있다. 겨우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하느라 힘들었던 모습을 뒤로 하고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결심하고 이제는 잘 해 보리라 다짐한 얼굴로 웃는 우리 학생들은 오늘도 나를 채찍질 해준다.


교육 기관에 몸담고 있으면서 정작 내 학생들을 얼마나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하고 있는가? 늘 아침 교문을 통과하면서 오늘은 학생들에게 좋은 얘기만 해 주고 나와야지라고 나름 결심을 하고 등교를 한다. 하지만, 결심은 수업에 들어가 보면 산산이 부서진다. 열심히 공부해 보려고 들어온 학생들로 교실이 가득차 있으면 기쁘기만 하겠지만, 엎드려 자는 학생들을 볼 때면 난 오늘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수업 시작과 동시에 책상과 친한 친구가 되어버리는 우리의 친구들. 작년에도 깨워도 보았지만, 정작 돌아온 결과는 자는데 왜 깨우냐는 반응이다.

교사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고 학생은 자기하고 싶은 행동을 거리낌없이 마구 한다. 핸드폰에 눈을 못 떼고 푹 빠져있는 행동, 수업 중 전화가 오면 일어나서 나가 전화를 받는 행동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인가?
사회 문화가 바뀌면 지켜야 되는 예의범절도 변화하는 것인가? 기성세대는 신세대의 사고를 어디까지 존중해 주어야 할까?

학교라는 제도권 속에 있다는 것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 학생들은 한없이 사고가 자유롭게 변하고, 학교는 정부의 구조개혁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한 만큼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세우느라 고심한다. 교육 기관이 추구하는 교육 신념도 자본주의 경제 원리에 따라 움직인지 오래다. 난 오늘도 순수한 교육자의 길에서 멀어지고 있다. 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면서 내가 가진 생각을 풀어놓아야 하는 것인가? 그냥 현실을 수긍하고 거부없이 받아들이는 교육자의 모습이 되어 버려야 하는 것인가? 난 이미 현실인정형으로 변화했다.

공부 좀 한다는 분들은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 10여년의 시간을 공부에만 매달려 살아야 한다. 인문학은 공학 보다 더 긴 시간을 교수의 직책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정작 교수라는 직책을 가져 보면 늘 그렇듯 생각과 다르기에 문제다. 인생에서 가장 젊은 시절을 책과 씨름하면서, 책읽은 시간이 행복하기에 공부만 했다는 분들이 많다. 세상의 변화에 초연하고 그저 책을 읽고 학생들과 인생을 논하시는 교수님들이 부럽다. 한 손에는 책 한 권을 들고 백발의 머리가 멋스러워 보이시는 교수님을 뵐 때면 학자는 저런 모습이어야 하는데...

사람의 평생교육은 부모님과의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 무덤에 가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마다 하나씩은 세운 문화센터, 도서관, 대학의 평생교육원 등에는 오늘도 주부들의 교육열로 불탄다. 부모님의 떠밀림으로 학교에 온 학생들과는 눈빛이 다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알고 싶은 욕구가 발동하여 오늘도 기성세대들은 책을 읽는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라도 놓칠까 딴 짓하는 분이 한 분도 없다.

교육은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공부가 참맛을, 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공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선택하면서 한다면 맛깔스러운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끼면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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