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3.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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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달빛이 ‘인자한 어머니의 빛’이라면 별빛은 ‘내가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의 빛’이라는 생각이 든다. 달빛은 ‘은은한 느낌’이지만 별빛은 ‘반짝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별빛을 바라보면 어딘가 냉철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날마다 그 모습이 변하는 달을 보면 세월이 흘러가고 있음을 느끼지만 항상 그 모습이 변하지 않는 별을 보면 기개 높은 선비의 의지가 서려 있음을 느낄 때도 있다. 달이 ‘감성적’이라면 별은 ‘이성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득 나의 팔뚝에 띄엄띄엄 박혀 있는 까만 점을 보게 되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내가 달과 별에게서 향수를 느끼게 된 것은 심심산골에서 자라면서 여름날 밤이면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거적 위에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다 잠이 들곤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여름밤 마당의 거적에서 한참 잠이 들다 보면 내 몸이 밤이슬에 축축이 졌어 있음을 느끼고 방으로 잠자리를 옮기면서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도 거기에 가면 뭇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을 텐데 그네들은 어떤 모습들일까? 하고 많은 생각들을 가져보기도 했었다.

이제 별을 바라보는 일도 젊은 청년 시절에 바라보는 것과 나이 들어서 바라보는 것과 그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었을 때 바라본 별빛은 마냥 푸르고 날카로웠으나, 노년의 나이로 바라보는 별빛은 은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예전에는 별을 바라보면 때로는 쓸쓸함을 느끼곤 하였으나 나이든 지금에 바라보는 별빛은 쓸쓸한 느낌이 든다기 보다 나도 모르게 마음에 위안의 빛으로 느껴진다.

이제야 느끼는 일이지만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별들이 반짝이고 있기 때문이다. 별이 없는 밤하늘을 생각하면 대단히 삭막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없다면 지구에 사는 우리 인간들도 감정이 삭막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시각에서 들어오는 만상(萬象)이 그의 인격과 감성을 형성한다고 한다.
우리는 늘 내가 별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밤하늘을 보아 왔는데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별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별이 나를 바라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별들이 왜 어둠 속에서 빛나며 그걸 아는데 평생이 걸렸는지, 왜 인생이 깊어져야 별이 더 빛나는지 이제야 조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우리의 인생길에도 반드시 어두운 밤이 있다. 질병이라는 밤, 이별이라는 밤, 좌절이라는 밤, 가난이라는 밤 등등 인간의 수만큼 사연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사연 많은 별들을 애써 피하려고 하면서 살아 왔다. 밤이 오지 않으면 별이 뜨지 않는다. 별이 뜨지 않는 인생이란 죽은 인생이나 마찬가지이다.

그 누구도 어두운 밤을 맞이하지 않고서는 별을 바라볼 수 없다. 그 누구도 밤을 지나지 않고서는 새벽에 다다를 수 없다. 아름다운 꽃도 밤이 없으면 아름답게 피어날 수 없다. 나는 우리 집 옥상에 꽃이 피는 나무를 몇 그루 심어두고 관리하는데 몇 년 동안 꽃을 잘 피우던 진달래나무가 최근 들어서 꽃을 잘 피우지 않고 있음을 느끼고 그 원인을 분석해 보았더니 우리 집 뒤에 가로등이 새로이 들어서고부터 그 불빛이 꽃을 피우지 않는 진달래를 밤 내내 비추고 있어서 진달래가 잠을 제대로 잘 자지 못한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시골 농촌에도 가로등 밑에 자라는 농작물은 수확량이 적게 난다고 하는 연구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사람도 죄인을 심문할 때 잠을 재우지 않고 심문하는 것이 가장 고통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늘 밤이라는 존재를 곰곰 생각하면 너무도 우리에게 감사한 존재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신은 왜 인간으로 하여금 눈동자의 검은자위로만 세상을 보게 했을까? 눈을 만들 때 흰자위와 검은자위를 동시에 만들어 놓고 왜 검은자위로 세상을 보게 했을까? 그것은…어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라는 뜻이 있다고 생각된다. 어둠을 통하지 않고서는 세상의 밝음을 볼 수 없다.

별은 밝은 대낮에도 하늘에 떠 있다. 하지만 어둠이 없기 때문에 그 별을 바라볼 수 없다. 우리는 오직 어두운 밤에만 그 별을 바라볼 수 있다. 인생도 고통과 시련이라는 어둠이 있어야만 내 삶의 별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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