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을 정치 논리로?
세월호 인양을 정치 논리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4.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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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섰다가 신문 가판대를 일없이 쳐다봤다. 진열되어 있는 일간 신문들의 헤드라인이 주로 다룬 일은 세월호 인양 문제였다. 어느 신문에서는 여론조사를 해서 실었다. 국민의 77%가 세월호를 인양하자고 한다고 전하고 있었다. 또 어느 신문에선 64%의 국민이 세월호를 인양하자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신문은 세월호를 인양할 것인지 말것인지를 여론조사로 정하자는 말을 누가 했다는 식으로 큰 따옴표를 사용해 전하고 있었다.


신문 가판대에 바싹 다가가 세월호의 인양 여부.... 어쩌구 하는 신문을 고개를 숙여 읽었다. ㅈ신문으로 “세월호 인양 여부, 여론 조사가 합리적” 라고 씌여진 헤드라인을 한참 쳐다봤다. 내가 타고자 했던 지하철이 나를 싣지 못하고 지나갔다. 나는 좀 더 꼼꼼히 신문을 읽었다. “유기준 장관 ‘정보 알린 후 여론수렴’ 본지 인터뷰서 밝혀 ‘이달 중 전문가 검토 보고서.... 비용 900억~2000억 예상’-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인양 여부를 결정하는 여론 수렴의 구체적인 방식과 관련해 ‘여론조사가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라고 적혀 있었다.

뭔가 이상해서 여론조사 여론조사 여론조사라....... 자꾸 중얼거렸다. 갑자기 여론조사라는 말의 뜻마저 헛갈리기 시작했다. 그럴리도 없겠지만 만일 여론조사가 인양을 하지 말자고 하면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게 합리적인가? 이런 상황에 합리적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게 과연 합당하고 합리적인가? 하다 보니 합리적이라는 말의 뜻까지 헛갈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과연 합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과연, 어느 만큼이라도 합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저 장관을 비롯해서 이 정부의 주체들이 진정 합리적인가?? 고개가 저절로 설레설레 흔들렸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이렇게 큰 참사의 수습과정 또는 구조 과정에서 여론조사에 의해서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지금도 세월호 안에 여러 사람이 갇혀 있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에 관한 모든 일들은 구조의 과정이라야 마땅하다. 사람을 구하는데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배 안에 사람이 살아 있을 때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시간을 끌다 단 한 명도 살아있는 사람을 구조하진 못했다. 교묘히 사람이 살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완전히 넘긴 후에야 구조를 시작했다.

이제 배를 인양하는 때에는 여론조사를 해야 한단다. 만일 부모가 교통사고를 당해 차 안에 갇혀 저 언덕 아래 있다면 무조건 언덕으로 내려가서 수습해야 한다. 아무리 내려가기 어려운 곳이라도 무조건 할 수 있는 일을 다해 부모님이라도 구해야 한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아니더라도 위급한 상황에선 우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해야 하고 그 일을 도울 사람은 도와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사람의 도리를 못하는 것이다. 개인도 이럴진데 국가가 그 책임과 의무를 제때 작동시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다. 국민에게도 의무가 있고 책임이 있지만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배가 침몰하는 대참사를 당했는데, 아직도 그 배 안에는 사람이 갇혀 있는데 그 배를 인양하는 일에 여론조사를 하자고 한다. 마땅히 배 속에 있는 모든 사람이 구조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책임자가 구조를 하는지 마는지 실컨 있다가 국민들이 인양하라고 성화를 대서야 한다는 소리가 여론조사로 결정을 하자고 하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한참을 여론조사 여론조사라고 중얼거리다 보니 이미 여론조사를 해서 헤드라인으로 실은 신문이 슬그머니 눈에 다시 들어왔다. 그 신문들이 어찌나 고맙든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렇게 힘이 되어주는 신문이 있다니. 당장 구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여기 여론조사를 벌써 했다!라고 유기준 장관에게 달려가 외치고 싶었다. 국민의 77%가 인양을 하자고 하잖아?? 하고 귀가 빵구가 나도록 소리치고 싶다. 거의 80%다. 열에 여덟 명이 인양을 찬성하고 있다. 무얼 더 원해? 무슨 핑계가 더 필요하냐구?? 하고 따지고 싶다.

그리고 ‘정보를 알린 후’라는 말도 그래. 뭔 정보? 배가 어쩌구 돈이 어쩌구....... . 솔직히 얘기를 안 한다고 우리가 모르겠어, 얘기를 한다고 더 알겠어? 개인적인 짐작으로 그 놈의 정보를 들으면 들을수록 훼방 놓는 소리로 들린다. 침몰에서 구조 과정과 인양 결정 과정까지 특히 세월호에 대해 왜 이렇게 납득이 안 되는 일이 이어지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제발이지 이제는 납득하고 싶다. 이해하고 싶다. 우리 국민은 언제든지 진실을 보고 이해하고 용서할 준비까지 되어 있다는 걸 정부의 책임있는 사람들은 명심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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