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것, 내 것
남의 것, 내 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4.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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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아주머니, 그 것은 남의 것이 잖아요!”

차를 타고 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차를 세워두고 남의 두릅나무에서 두릅을 채취하는 것을 보면서 하는 아내의 말이다. 밖에서는 밭에 들어가지 못하게 줄을 쳐 놓았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줄을 제끼고 남의 두릅나무에 있는 두릅을 채취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구경을 다니는 아주머니 정도 이면 사먹어도 될 수 있는 재력이 있을 것인데 아직 남의 것과 나의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보이는 것일까? 그 것을 채취하는 것을 보는 남편도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 한 번 두 번도 아닌 것 같다. 남의 것을 채취해가서는 반찬을 해 먹으면 목구멍으로 넘어 갈까?

몇 년 전에 뉴스로 나온 사건이 있었다.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이 등산로 옆에 있는 밭에서 곡식을 채취해서 가져갔다는 것이다. 요즈음 농촌에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힘들여 곡식을 기르고 있다. 그런데 가끔 보면 도시에서 등산을 가는 사람들이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줄을 치고 막아놓아도 넘고 치우고서 가져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주인이 고생해서 키워놓은 작물에 대한 손실이 많아지니 농약을 치고, 농약을 쳤으니 먹고 사고 나는 것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했을까?

요즈음 농촌에서는 남의 것을 슬쩍하는 경우가 많아 CCTV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고추를 따서 말리기 위해 길가에다 널어 놓으면 누군가 가지고 가버려서 없어진다던지 다른 곡식도 마찬가지로 주인이 집을 비웠을 때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마 전에 촌에 있는 집에 갔었는데 밤나무 밭에서 밤나무 가지를 꺾어서 집에 가지고 와 땔감으로 쓸려고 모아 두었었는데 뒷날 가보았더니 누군가 가지고 가버리고 없었다. 황당했었다. 별로 가치도 없는 땔감 밖에 안되는 데 가져갔다는 게…

간혹 농촌에 있으면 누구네 밭에서 무엇을 다 빼어 갔다더라. 또 누구네 밭에서 무엇 무엇을 다 빼어 갔다더라는 등 말이 오고 가곤 한다. 봄부터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땡볕이나 쉬지 않고 가꾼 보람도 없이 다 잃었을 때의 심정은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과연 남의 것을 제것처럼 가져가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도벽의 습관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남의 것도 자기 것처럼 보이는 걸까?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형편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떠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형편은 돌아보지도 않을 뿐만아니라 남이 한 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모든 게 자기 중심적일 것이며 혼자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혼자서도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열심히 일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가꾸어 놓은 다른 사람들의 결과물을 가지고 가야 하니까 말이다.

요즈음의 산에 가보면 산의 경계에 철조망을 쳐놓고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가 있다. 예전에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왜 그렇게 해 놓았을까? 그 산에 있는 다양한 식용 식물들과 재배해 놓은 식물들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마구잡이로 채취해서 가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곳에는 그 것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개처럼 들어가는 것인지 들어가서 다시는 그 것을 그 곳에서 볼 수 없도록 송두리째 뽑아서 가버린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어릴 때, 그때는 마을의 다른 사람들의 감나무나 아니면 밭의 수박밭에서 감이나 수박을 훔치거나 혹은 닭집에서 닭을 훔치거나 할 때면 그 집의 아이를 끼어서 하곤 하였다. 그리고 장난질로 하기 때문에 주인에게 들키면 서로가 용서도 해주고 웃음으로 봐 주곤 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에서는 그렇게 될 수가 없는 사회로 변화하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네 삶은 더 빡빡하고 뒤로 돌아볼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도시의 돈 많은 사람들은 농촌의 나이 많은 사람들이 땡볕에 열심히 일할 때에도 보란 듯이 등산도 가고 놀러를 다닌다. 그러고선 땀흘려 농사지은 것을 가져가버리는 것이다. 충분히 시장에 가서 사 먹어도 될 터인데 말이다.

제발 남의 것에 마음을 두지 말자. 주인 없는 것이 어디 있으랴. 내 것을 남이 가져가면 기분이 언짢아 지듯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남의 것을 아껴주고 내 것은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 좀 더 신뢰있고 배려가 이루어지는 우리의 밝고 맑은 사회가 이루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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