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배신 그리고 용서
미움과 배신 그리고 용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4.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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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을 미워하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해 보게 된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으로부터 미움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 해 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한 낱 바람일 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은 사랑이 있는 것만큼 증오가 있고, 은혜가 있는 것만큼 배신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남을 미워하지 않더라도 내가 아무리 남을 배신하지 않더라도 남이 나를 미워하고 남이 나를 배신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내가 남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상대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면 내가 남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상대가 나를 배신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미움이 있는 관계, 배신하고 배신 받는 관계가 된다.

가능한 남을 미워하지 않고 남을 배신하지 않고, 배신 받지 않고 살아가야 되겠지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남을 미워하지 않고 남의 은혜를 배신하지 않고 살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필자 또한 궁핍하고 어려운 시절에 도와준 사람이 있었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나를 배신하고야 말았다. 왜 배신했을까? 하고 생각하고 생각할수록 분한 생각이 든다. 한 때는 꼭 배신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밤잠을 설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만큼도 못한 전쟁터에서도 포로는 제네바협정에 의하여 그 생명을 보호하고 보장해 주지만 비록 아군이라도 배신한 놈은 죽이는 법이다. 배신한 놈은 저쪽에 가서도 또 배신을 하는 법! 그래서 배신자는 적군보다 더 적이다.

배신을 당한 사람이 늘 배신에 치를 떨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그 어머니께서 너무 그렇게 비워하지 마라, 원수는 남이 갚아주는 법이다. 라고 타일러 주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원수를 남이 갚아 주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머니의 말씀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준 배신자를 원수시하는 마음을 누구러지게 한 것만은 큰 다행이었다. 원수를 갚으려고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는 뜻이 깊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배신을 당했다고 느끼는 일이 왜 없겠는가? 진정 억울하다고 여겨지는 크고 작은 일들이 어디 한 두 번 뿐 이겠는가? 또한 그러한 억울한 일들을 털어버리거나 무심히 지나쳐 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원수라고 여겨지는 일,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일, 혹시 남이 내 원수 내 배신자에게 그 대가를 갚아 주었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해답과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수반하게 된다.

용서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용서하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을 해도 마음이 불쑥 용서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발견하면 다시 고통스러워 진다. 용서했다. 용서한다. 는 말이 어쩌면 가식적인 말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용서하지 못하고 평생을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용서한다는 게 상대방을 위한 일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용서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배신자에 대한 생각을 지워 버리려고 해도, 그를 이해하려고 해도, 그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해도, 또 생각을 바꾸어서 나 자신에게 배신을 당할 만한 행동이 없었던가? 하고 반성하려고 해도 문득 문득 그 놈이 왜 나를 배신했을까? 하는 마음이 불쑥 불쑥 치밀곤 하면서 나를 괴롭히곤 한다. 어느 시인이 말했다. “미움이란 원래 가까움과 친밀함을 먹고 싹을 틔우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용서는 신의 모성적 면모”라고 했다. 시간이란 것이 용서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잊을 수 있게는 하는 것 같다.

예수께서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한다. 진정 용서하기 위해서는 조건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용서하라. 고 했으며 인도의 성자 간디는 자신에게 총을 쏜 범인을 용서한다고 했다.

한 기업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남기고 간 쪽지 때문에 세상이 너무도 시끄럽다. 그 분은 아마도 쪽지에 남은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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