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술 가을 국화
가을 술 가을 국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1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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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멀리서 오래된 친구가 찾아오면 잠시 사는 일들을 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밤이 어슥해지면 술도 한잔 생각나리라. 이런 만남에는 향기 좋은 차도 어울리지만 술을 마실 줄 안다면 술 한 잔이 한층 흥을 북돋운다. 정겹고 따뜻한 자리에 어울리는 술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마산에서 생산되는 술중에 ‘가을 국화’라는 민속주가 있다. 2005년에 무학주조에서 출시되었는데 야생 국화와 찹쌀로 빚었다. 마산 인근에서 생산된 야생 국화를 1년에 한번 수확해 술을 담그니 한정 생산되는 귀한 술이다. 뿐만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는 술중에 꽃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는 유일하다.

와인을 감별할 때 사용하는 기준에 색, 향, 맛, 목으로 느끼는 뒷맛, 균형이 있다. 포도주나 국화주나 담근 술이고 보면 이 기준을 적용해 소개해도 무리가 없을 성 싶다.

술은 제일 먼저 눈으로 마시게 되는데 잔에 부었을 때 보이는 색감이다. 가을 국화는 약간 누런빛을 띈다. 포도주처럼 정렬적이거나 소주처럼 매정하게 투명하지 않다. 튀지 않는 은근한 색이 매력이다. 가을 국화꽃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하얀 도자기 잔에 부어도 좋고 투명한 유리잔에도 잘 어울린다.

다음으로 향기를 들 수 있는데 잔을 코 가까이 가져갔을 때 혹은 한 모금 입에 물었을 때 느끼는 향기이다.

가을 국화에서는 누룩향이 은은히 풍긴다. 국화향이 이 속에 같이 녹아있다. 첫 향기보다는 천천히 퍼져가는 향기가 운치가 있다. 감미롭다.

한 모금 입에 물었을 때는 새콤한 듯 쌉싸래한 맛이 입안을 타고 돈다. 독주들에서 느낄 수 없는 맛들을 느낄 수 있다. 혀끝이 즐겁다.

애주가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맛이 바로 목 넘기는 맛이다. 필자 역시 그러하다. 가을 국화의 목 넘김의 맛은 눈을 감고 천천히 음미하고픈 은근한 맛이다. 독주처럼 활활 타오르는 맛도 아니요. 맥주처럼 만만한 느낌도 아니다. 넘기는 동안 눈감고 웃음이 피어오르는 다정다감한 맛이다.

마지막으로 균형의 맛, 조화의 맛이다. 앞에서 소개한 맛들이 어울려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 오는 맛이다. 필자는 가을 국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긴 여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청춘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행복하고 인생의 가을을 맞은 이들은 추억을 꺼내 볼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

가을은 추억 속의 사람들이 그리운 계절이다. 그리운 이들에게 가을 전화 한 통 해야겠다. “나 지금 마산 사는데, 마산 술 가을 국화 한잔하자. 오랜만이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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