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학교와 식구총회
간디학교와 식구총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24 08: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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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다미로/산청 간디고등학교 3학년
간디학교에는 ‘식구총회’ 라는 회의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이 회의는 전교생, 전교사가 참여해야 합니다. 이 자리를 통해 우리 생활과 관련한 약속을 제정하고, 약속의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중요한 사항들을 함께 나누죠. 학생생활과 관련한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이 자리에서 결정됩니다. 다양한 생활 안건, 학생모두가 지켜야 할 공동체 약속, 학교의 축제 준비 등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만큼 식구총회의 영향력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의 가장 큰 화두는 ‘전산기기’입니다. 간디학교에서는 소통의 문제가 생기는 것, 문명화나 도시화가 되는 것을 우려해 전산기기를 지양해 왔습니다. 심지어 학교가 처음 생겼을 때에는 핸드폰마저 금지였었지요.(학교에 있던 공중전화의 고장, 가족과의 소통단절 등을 이유로 핸드폰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전산기기는 자신의 진로와 관련이 있을 때에만 식구들 모두의 허락을 받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 3년 전까지는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문제 또한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전산기기가 세상과 우리의 삶의 방식에 너무나 깊게 배여 들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요 몇 년 사이에 너무나도 다양한 전산기기가 생겼습니다. 동영상이 되는 전자사전, 게임이 가능한 mp3, 만능인 노트북… 점차 기계들이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전산기기는 허가를 받은 진로 목적 외에 사용을 하면 안 된다.’ 한명 두명이 어기기 시작한 약속은 스마트폰이 등장하여 존재 자체가 우습게 되어 버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그 약속이 현재 상황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식구총회에서 논의를 하게 되었지요.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학교철학을 되짚어 보아, 전산기기를 자제해야 한다’,‘전산기기가 늘고 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오고 있다’와 같이 약속을 지켜 내야한다는 쪽과 ‘이상만이 아닌 전산기기가 만연한 세상과 우리의 현실을 보아야한다.’,‘기계를 써서 소통이 안 되는 것이 아닌 소통이 안되서 기계를 쓰는 거다’와 같은 약속수정을 원하는 쪽 모두 다양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번 이야기를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다양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한 자리이었기에 결론은 내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간디학교에서는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약속을 만들어 갑니다. 그 과정에서 진짜 ‘우리학교’가 만들어 지는 것이지요.

숭고한 이상을 품고 있는 학교 철학, 바뀌는 세상에 따른 생활과 인식의 변화. 오늘도 저희는 그 사이 길을 찾아 걸어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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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바람 2011-10-31 23:39:44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약속을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