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보다 무서운 사람들
메르스보다 무서운 사람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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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지난 토요일 일간 신문들을 보며 세월호 참사 때 만큼이나 화가 나고 기가 막혔다. 혼자 화를 삭이고 8개 일간지를 펴놓고 가만히 봤더니 뭔가 말갛게 보이기 시작했다. 애초 누가 잘못을 했는데 도저히 그걸 참을 수 없던 누군가가 직접 나서겠다고 했고 이에 처음 잘못을 한 사람은 직접 나서는 사람이 자기들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을까 그게 무서워 떼거지로 덤벼들어 ‘훼방’을 놀고 있는 그런 사태였다. 새로운 분노가 일었지만 내심 든든한 일꾼을 얻은 마음이었다.


정부와 서울시가 메르스 확산 방지를 두고 정면충돌한 이야기다. 충돌은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된 모양이다. 나라에 독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면 그 예방하는 방법은 빠르고 효과적이고 정확해야 한다. 누구는 해야하고 누구는 지켜보기만 해야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아주 적극적으로 독자적 방역을 하겠다고 하고 정부는 아주 적극적으로 우리만이 하겠다고 대응해서 충돌은 일어나고 말았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시민의 삶을 지키는 길에 서울시가 직접 나설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혼란 초래한다”라는 말을 히스테릭하게 자기편끼리 이구동성 내지르곤 실은 메르스 확진 환자는 한 명도 없고 메르스 환자 격리 치료 시설만이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는다, 뭐라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중언부언 하기도 해서 아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이 충돌을 두고 각 일간지들의 대응이 더 가관이다. 특히 주류라고 자처하는 모모모 네다섯 개 신문은 박 정부와 아주 유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은 혼란 초래한다면서 스스로 혼란스러워했다면 이 네다섯 개 일간지는 서울시와 정부가 한 팀이 되라고 거의 발작적인 명령을 하고 있다. 그렇다, 거의 발작적으로!! 신문을 보는 사람이 왜 그러지? 하는 의혹을 저절로 들게 한다. 왜 이렇게 발작적으로 난리지?? 전염병이 돌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가족 전원이 동네에선 이웃들이 서로 도와야 한다.

하물며 시장인 바에야 진작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서울시민이 위험에 처했다면 서울시장이 나서야 되는 게 천번 만번 옳다. 그러려고 시장을 뽑은 것 아닌가? 서울시와 정부가 서로 지원하고 돕고 격려하면서 이 난국을 해쳐나가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장이 서울시민을 지키겠다고 나선 게 뭐가 잘못됐다고 관계 장관은 물론이고 박 정부까지 나서서 “우리끼리만 한다”라는 식으로 히스테리를 부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백보 양보해서 정부만이 메르스 방지를 해야 한다면 진작 잘 했어야 한다. 서울시가 애초 나서지 않도록.

그런데 정부는 초기 대응 부실로 온 나라에 메르스 환자가 퍼지도록 늑장을 부렸다. 정보를 공개한다고 하면서 발생병원 공개도 않았다. 초기 평택시가 위험하더니 서울이 다급하게 됐다. 서울의 대형병원(서울삼성병원?)의 의사까지 감염되는 상황이 되고 그 의사는 또 서울 시민 천 몇백명과 접촉을 해버렸다. 이런 판국에 서울 시장이 안 나서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서울시장이 한 일들이 잘못된 점을 찾기도 어렵다. 서울 시장이 서울시민을 지키겠다는 이 간단한 명분부터 얼마나 지당한가. 또한 서울시 관할 병원이 잘못하여 시민이 피해를 입거나 위험하거나 평화를 침해받을 때면 전광석화 같이 대책을 세우고 실행을 해야 하는 것 또한 너무도 마땅하다. 그 병원이 대형이든 소형이든. 그 병원이 저 잘난 삼성서울병원이라 해도 필요하다면 문을 닫게 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안 하는 시장들이 있으면 당장 시민이 쫓아내야 되지 않을까?

서울시장의 마땅하고 합법적인 대응을 두고 정부라는 더 큰 권력집단이 무슨 호떡집에 불난듯이 파르르 떨며 하는 짓거리가 그게 뭔가. 혼란은 무슨 혼란인가 말이다. 그래도 눈치는 있었던지 다음 날 바로 정부는 서울시장에게 백기를 들었다. 대부분의 서울시장이 하겠다고 밝힌 대책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하고 정보도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했다. 메르스 감염 환자가 나온 병원 24개를 공개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악수를 하며 함께 협조할 것을 다짐했는지 어쩌는지...... 모쪼록 진작 그랬으면 얼마나 좋아?

그래도 정부의 하는 짓은 이해가 안 된다. 별 생각이 다 든다. 소문은 믿을 것은 못된다고 하지만 소문이 소문만이 아닐 수도 있다. 소문에는 정부가 고 성완종이 죽음으로써 폭로한 대선자금에 대해 여론의 압박을 피하고 잇단 국무총리 낙마사태 등, 부실한 국정운영에 대한 화살을 피해가기 위해 일부러 메르스 확산에 늑장대응하고 문제를 키운다고 한다. 사실 대선자금이라든가 부정선거라든가 하는 말은 쑥 들어갔다. 그렇다면 정부는 일부러 늑장을 부리고 일부러 메르스 확산을 방치한 것인가? 진짜 그런 것이 아니길 빌고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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