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휘둘러라!
골프, 휘둘러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6.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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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메르스(MERS) 여파로 온 나라가 난리다. 다행히 점점 잦아들고 있다니 안심해도 될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 지역은 안심지역이지만 공공장소나 식당, 특히 유흥업소 등에는 유례없이 손님의 발길이 뜸하다. 자주 가는 호프집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서 주인장의 얼굴이 며칠째 굳어있다. 조심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조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골프 연습장이나 골프장에는 여전히 사람으로 북적인다. 여름이라 날씨가 좀 덥기는 하지만 탁 트인 자연 속에서 파릇한 잔디를 보고 밟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필드에 나가기만 한다면 기분이 들뜨고, 아직도 골프 라운드 전날은 설레는 밤을 보낸다.


“딱딱” 소리나는 골프 연습장의 풍경을 가만히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진풍경이다. 모두들 죽어라고 공만 때리고 있다. 공이 죽는지! 내가 죽는지! 해보자고 작정한 사람처럼 쉬지도 않고 애꿎은 공만 때리고 있다. 십중팔구 공이 죽는 것이 아니고 자신은 죽는 것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말 골퍼의 자화상(自畵像)이다. 좀 쉬어가며, 좀 천천히, 좀 살살 가면 참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6개월 내에 100타를 깨고, 1년 후에는 70대 타수를 쳐야하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처럼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니 안타깝지만 그 보다 더 안타까운 것이 공 좀 친다는 사람마저도 ‘공을 때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정해야만 하는 전제 조건이 있다. 골프에는 ‘완성이나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골프의 완성이나 정답이 있다면 아직도 골프 연습장에서 불철주야(不撤晝夜) 연습으로 헤매고 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아마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완성이나 정답이 없기에 더욱 매력이 있는 스포츠가 골프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도 덜 헤매는 방법이 있다면 아마도 자신만의 생각있는 골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행동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혹시 주말 골퍼 중에 이 말에 뜻을 같이 한다면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먼저, 골프공은 맞춰지는 것이다. 뜬금없는 말 같지만 아직도 생각없이 헤매는 사람의 대다수는 손과 팔로, 골프채로 골프공을 때리려고 한다는 것이다. 손으로 쳐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게다가 골프채 그것도 좁디좁은 클럽 페이스로 작은 공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골프공은 때려 맞추는 것이 아니고 맞춰지는 것이다. 그 동안 각고(刻苦)의 연습으로 만들어진 스윙의 궤도(path) 속에 있다가 휘둘러지는 골프채에 의해 골프공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러니 맞추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골프가 쉬워진다.

다음은 골프채는 휘둘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급적 큰 근육을 사용해서 말이다. 손이나 팔보다 어깨의 근육이 더 큰 근육일 것이며, 어깨의 근육 보다는 정작 힘을 쓰는 허벅지의 근육이 더 큰 근육이기에 하체의 사용이 권장되지만, 개인의 수준이나 연습량에 따라서 어깨나 허벅지, 몸통을 사용해서 골프채가 휘둘러져야 하는 것이다. 결국 골프채는 휘둘러져야 일관되고 가치있는 스윙을 비로소 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길고 긴 골프채로 골프공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휘두르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공이 맞아 나간다. 그것도 아름다운 비행(飛行)을 하게 된다. 제발 몇 번만이라도 공을 때려 맞추려 하지 말고, 휘둘러서 공을 맞춰보자. 맞춰보면 믿게 되고 믿게 되면 힘든 작대기질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골프는 멋지게, 멀리 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실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골프채가 휘둘러지게 하는 것이다. 휘둘러지는 골프채 속에 골퍼(golfer)의 행복과 즐거움이 배가(倍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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