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적이나 규모, 자연생태계의 보존, 문화자원을 놓고 봤을 때 지리산은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곳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립공원1호로 지정되어 있다. 지리산의 케이블카 또한 그만큼 매력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그 매력만큼 얻거나 잃는 것도 커서 찬반논란이 팽팽하다.
비전문가이기에 케이블카에 대한 각각의 주장들을 들어보면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중 노약자, 장애인들도 오를 수 있어서 좋은 것도 있다지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과연, 쉽게 산을 오르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똑같이 천왕봉에 오르는 사람 중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날아오는 사람들과 땀을 흘리며 한 걸음 한 걸음 기어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전자는 발 아래에 지리산을 굽어보며 한껏 어깨를 부풀릴 것이고, 후자는 무거운 배낭에 어깨가 무너져 내리며 비틀거릴 것이다. 전자는 고통 없는 기쁨을 맛보러 오는 것이고, 후자는 고통 이후의 기쁨을 소망하며 걷는 것이다. 둘 중 무엇이 좋을까.
학창 시절, 학교에서 이런 내용의 문구를 본적이 있다.
“당신이 극복한 수많은 실패와 어려움들이 굳건한 반석이 되어 지금 당신이 여기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산에 오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다 쉽게 오르려 하거나, 덕을 쌓지 않고 천왕봉의 일출을 얻으려 하는 사람들은 지리산을 가볍게 여기고 세상살이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요즘 가장 깨끗해야 할 고위공직자들이 가장 더러운 행태를 보인 것을 두고 세상이 시끄럽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이 마땅히 어깨에 짊어지고 갈 짐은 팽개치고 부정과 연줄을 무기삼아 경쟁자들을 밟고 높은 곳에 올라섰으리라. 그리고 치졸한 뒷모습을 감추기 위해 더더욱 입에 발린 말을 했을 터.
삼대가 덕을 쌓은 사람들만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 - 기상여건에 따라 일출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지, 실제 착한 일을 많이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다. 어리석은 사람도 지혜로운 선인으로 만드는 지리산에는 정말로 덕을 갖춘 사람들만 오거나,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단 몇 시간만이라도 자신의 두 발로 정정당당히 올라가 자신의 덕성을 시험받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곳이 지리산 천왕봉이다.
아니, 케이블카를 타고 와도 별 상관없다. 어쨌든 저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사람은, 부디 손가락질보다는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는 정정당당한 뒷모습만 보여줘도 충분하다.
저작권자 © 경남도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