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내려놓아야 진짜 내려놓는 것이다
마음을 내려놓아야 진짜 내려놓는 것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7.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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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내려놓는다는 것은 원망이나 걱정에 시달릴 필요가 없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지혜로운 선택이자 깨달음이다. 그러나 살면서 무엇인가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돈이든 명예든 애증(愛憎)이든 후회든 갖고 있는 만큼 내려놓기는 참으로 어려운 법이다.

실제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싶어 하면서도 끝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매사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무거운 짐이 되어 자기를 옭아매고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면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마음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부처에게 바칠 옥석(玉石)을 양손에 들고 찾아왔다. 이를 본 부처가 말했다. ‘내려놓아라.’찾아온 사람이 왼손에 쥔 옥석을 내려놓았다. 부처가 또다시 말했다. ‘내려놓아라.’ 이번에는 오른손에 쥔 옥석을 내려놓았다. 그런데도 부처는 여전히 이렇게 말했다. ‘내려놓아라.’ 양손에 있는 옥석을 다 내려놓았는데도 영문을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이미 두 손에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라는 겁니까?’그러자 부처가 말했다. ‘나는 자네에게 옥석을 내려놓으라고 한 적이 없네. 내가 자네에게 내려놓으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코끝에 냄새로 느껴지는 것, 혀끝에 맛으로 느껴지는 것, 손끝에 만져지는 것, 생각이 미치는 것, 이런 것들은 죄업의 근원이라 일컬어지는 육근(六根)이라고 하는 것이니 이런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더 이상 내려놓을 것이 없다네. 그러면 자기를 속박하는 생사의 질곡(桎梏)에서 벗어날 수 있다네…’이때 찾아온 사람은 내려놓으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아프게 한 과거의 감정이나 자기를 다치게 한 사람을 내려놓으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보지만 그것들은 마치 어두운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떨어지지 않고 자기를 따라다니기에 평행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듯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그 문제를 항상 염두(念頭)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음에 잡념이 지나치게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날처럼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만난다면 먼저 잡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의 짐을 덜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이든 스님과 젊은 스님이 시장에 쌀을 사러 가다 강가에 이르렀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얇은 비단옷을 입고 강 건너를 바로보고 서 있었다. 아가씨는 강을 건널 수 없어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나이든 스님이 ‘아가씨 내 등에 업혀 강을 건너면 어떻겠소?’하고 제의를 했다. 스님은 아가씨를 업고 강을 건넜다. 아가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진 젊은 스님은 ‘스님, 우리처럼 출가(出家)한 사람들은 계율을 지켜 여색을 멀리해야 하거늘 어찌해서 그 아가씨를 등에 업으셨습니까?’나이든 스님이 대답했다. ‘나는 이미 내려놓았는데 자네는 어찌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는가?’ 즉 나이든 스님은 등에 아가씨를 업었었지만 마음에 여색을 품지 않았다. 반면 젊은 스님은 등에 아가씨를 업지 않았지만 마음에 여색을 품고 있었다. 나이 든 스님은 마음에서 진정으로 내려놓을 줄 알았지만 젊은 스님은 세속적 관념에 꽁꽁 매여 있었다. 여색뿐만 아니라 재물, 명예, 지위 등에 대한 욕심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것들은 말만 한다고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탐욕을 끊지 않으면 그대로 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마음이 깨끗하고 티가 없으면 진정으로 내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그것들을 직접 대면하고 과감하게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세상만물은 끊임없이 변하게 되어있는데 우리는 그 변한다는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내가 아끼던 어떤 것을 잃어 버렸으면 잃어버린 대로 마음을 정리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들은 결코 내 것일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고 기웃거리고 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너무 많은 시간들을 허비하고 있다. 나를 한 번 더 되돌아보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 하고 살펴보자 그것이 자유를 만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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