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원으로서 돌아본 1년
기초의원으로서 돌아본 1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2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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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선/밀양시의원(민주당)
2010년 6월 2일, 제6대 지방의회 의원으로의 등원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었다. 선출직이라는 무거운 명패를 가슴에 달고 내딛는 첫 걸음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이었다.

입성한 첫 해에 “행정감사, 결산, 예산” 등을 심사하고 검토하면서 얻은 첫 소감은 ‘눈알이 다 말라 버리는 듯 하다’ 였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숫자를 접한 것이 처음이어서 당황하기도 한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생소한 용어를 이해하고 습득하느라 꿈속에서까지 헤매어야 했던 것이 작년이었다고 이제사 진실을 털어놓는다. 수 백 가지 행정 용어가 초선의원의 눈에 들어올 리 있었겠는가. 하지만 ‘세월이 약이라는 말’ 눈으로 익히고, 몸으로 느끼며 지내다보니 이제사 용어가 정립이 되어가고 있다. 일 년 내내 행사장 도우미로, 지역 현안을 위해 로비리스트로, 가자미 눈을 하고서 지역 곳곳을 살피며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따가운 눈총으로 박차를 가하라고 아우성이셨다.

‘외유성 해외연수’라는 비난 속에 작년에는 일본, 올해는 싱가폴 연수를 다녀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했던가. 몰랐기 때문에 더욱 신선한 충격이 밀려왔다. 사회 복지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는 모습과 그들을 지원하는 행정의 겸손한 태도에 수많은 숙제를 얻어왔다. 분리수거할 정도의 낡은 책상을 청색 테이프로 감아서 쓰는 관공서, 낡은 화장실 문짝은 실로 의원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 행정은 어떠한가. 몇 년 쓰지도 않은 책상과 사무 기구를 순차적으로 바꾸려고 매년 예산을 짜고 배정한다. 연례행사 인양, 부서별로 순번이 주어지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꼭 바꿔야 합니다!” 하면서 예산을 후다닥 밀어붙인다. 반면 이웃 선진국은 국민의 복지와 노인 정책, 교육 환경 지원을 위한 일에는 놀라울 만큼 예산을 지원하고 있었으나 공직자와 국민 스스로는 검소하고 냉철했다. 관공서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어서 민원인이 마음 놓고 업무를 보고 돌아 갈 수 있는 환경, 공공시설·민간시설·기업·개인 주택에 이르기까지 낡고 오래된 것을 지켜나가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보고 돌아오면서 너무 부끄러웠다. 지금부터라도 지방의회와, 우리 초선의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지방의회 메뉴얼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숙제를 가져온 연수였다. 겉치레와 일회성 행사, 토목건설에 지역 예산을 더 이상 쏟아 부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다.

사람을 위하는 일에 예산을 집행해야 하고, 미래 신 동력 성장을 위한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지방이 살아날 수 있다. 인재 양성을 위하는 투자를 함에 있어서 소외되고 낙오되는 곳이 없도록 형평성을 우선 잣대로 하고 분배하는 것이 예산 집행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1대, 2대, 3대~ 6대 때 모 의원이 쓰셨던 책, 걸상, 사무용 기구들입니다”말하면서 100년을 물려 써보는 전통이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행정을 수행함에 있어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도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구가 의회다. 주민을 볼모로 하고 실랑이를 벌이며 시간을 허비해서는 더 이상 안 된다. 자유 민주주의는 고요함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 20년 된 지방의회 나무 앞에서 천 년의 지혜를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이겠으나, 시민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듣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 해야겠다.

인간이다 보니 문제의 중심에 지방의회의원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보다는 열심히 하는 지방의회의원이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내년도 당초예산을 효율성 있게 집행하기 위해서 지방의회와 공무원들이 밤을 밝히면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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