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정과 사랑
욕정과 사랑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7.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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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욕정의 기초가 되는 정신체계와 사랑의 기초가 되는 정신체계의 한계는 과연 어디인가? 욕정(欲情) : 이성에 대한 육체적 욕망, 색욕(色慾:sexual desire). 사랑 : 아끼고 위하는 따뜻한 인정을 베푸는 마음. 마음에 드는 이성을 몹시 따르고 그리워하는 마음. 일정한 사물에 대하여 몹시 즐기거나 좋아하는 마음(love). 이라고 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욕정과 사랑. 우리는 이 둘을 한꺼번에 원하고, 둘이 적당히 섞이면 삶이 즐겁다. 신사인가? 바람둥이인가? 점잖은 부인인가? 밝히는 부인인가? 연애를 즐기는 사람인가? 문란한 사람인가?

유럽에서 성적 매력으로 수많은 여성을 사로잡아 여성 편력의 대명사로 전해오는 돈 후안인가? 미성년자 성추행 협의로 30여 년 만에 체포된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인가?

욕정은 악의 신호이고, 사랑은 선의 신호인가? 유명인으로 살다가 복잡한 사생활과 무절제한 아랫도리를 단속하지 못해 스캔들이 탄로가 나서 하루아침에 이미지를 추락한 인물을 우리는 과연 악한 인물로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

욕정은 쉽다.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갖고 싶다는 욕구 밑에 깔린 육체적 끌림이다. 그런데 사랑을 정의하기는 조금 복잡하다. 우리는 일반적 통념에 따라 사랑은 영적 동료 찾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플라톤의 ‘향연’에 보면 사랑의 기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한때 머리가 둘에, 다리가 넷, 팔이 넷인 종족이었다. 인간이 감히 그리스 신들의 권위를 위협하자 신은 인간을 벌하려고 땅에 번개를 퍼붓고 인간을 두 쪽으로 갈랐다. 그 결과 인간은 오늘날의 형태가 되었다. 사랑은 결국 우리의 ‘반쪽’을 찾아 평생토록 헤매는 것이다”

제 짝이 아닌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수많은 사람들은 뭔가? 누군가에게 홀딱 빠졌다가 다시는 기별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뭔가? 날마다 누군가에게 반하고 다음날이면 그 사람에게 무심해지는 사람은 뭔가? 상대를 두고 바람을 피는 사람은 뭔가? ‘단 하나의 진정한 사랑’이란 게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사랑이냐 욕정이냐? 요부나 오입쟁이를 선천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순결하고 정숙한 사람을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으로… 정의해도 되는 것인가? 어떻게 보면 인간은 한 순간에는 사랑에 빠졌다가 또 한 순간에는 하룻밤의 정사(情事)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존재인 것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과 늘 만나는데 유독 특정한 이성에게 단박에 눈길이 사로잡혀서 가슴이 두근거릴까? 과연 무엇이 나를 자극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무엇이 나를 강력한 자석처럼 저 낯선 사람에게 끌리게 하는 것일까? 배우자의 선택기준은 과연 어디인가? 학력인가? 재력인가? 건강인가? 성적매력인가? 인간은 몸에 포도당이 필요한 탓에 단맛을 좋아하도록 진화했듯이, 우리는 몸과 얼굴에 나타나는 건강한 특징을 좋아하도록 진화했다. 그래서 이 사람이면 다음 세대에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줄 가능성이 크다는 직감적 차원의 신호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욕정의 유혹에 다 같이 취약하다. 하지만 영속적인 사랑을 따르는 게 옳다는 걸 알면서도 그 유혹에 굴복한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인격의 결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랑은 짝짓기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건강한 유전자를 만들게 한다. 그래서 사랑은 상대에게 충실하고 헌신하게 하는 요소이다.

한 사람은 한때 즐기기를 원하고, 한 사람은 평생의 동반자를 원한다. 즉 욕정은 인간의 단기적 관심사이고 사랑은 인간의 장기적 관심사이다. 나의 이성의 상대는 즐기는 대상인가? 영적 대상인가? 우리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윤리’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자기의 행위나 품성을 자기의 양심 내지 사회적 규범으로써 자제하며 선한 일과 바른 일을 행하고, 악한 일과 부정한 일을 하지 않는 일을 ‘도덕’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인간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성인(聖人)도 되고 죄인(罪人)도 될 수 있는 욕정과 사랑은 답이 없는 무리수(無理數)인 것 같기도 하다. 원효스님께서는 “누구나 산에 들어가 도를 닦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은 애욕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라고 갈파했다. 필자도 남자라고 제법 나이가 든 노년인데도 때론 욕정이란 것을 느낄 때가 있어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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