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탈고!
브라보, 탈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8.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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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성공이나 실패를 조금도 염두에 두지 말고 오직 계속할 것, 지금 바로 결심할 것!”- 맨스필드-

오늘 오전에 중편소설의 일차 퇴고를 마쳤다. 어제 오전에 초고를 탈고하고 오후부터 퇴고에 들어갔던 것이다. 기획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을 이나마의 성과를 낼 수 있어서 다행한 일이고 감사할 일이다.

얼마 전에 우리 문단에 아주 유명한 작가의 표절 시비라는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 유명한 작가의 작품 중에 내 작품의 몇 가지 모티브를 가져간 것 같다는 심정을 갖게 됐다. 그렇다고 표절 시비를 가리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나의 해당 작품은 아직 출간되기 전이었다. 어느 신문사의 공모 최종심에서 거론된 원고가 안 갈 곳으로 갔다고 짐작되었다. 그후 단행본으로 출간을 하기는 했는데 그 시기가 유명한 작가의 그 책 출간 시기보다 한 참 늦었다. 그러니 아무리 심증이 가기로서니 원고가 안 갈 곳으로 간 그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이에 나는 이 희한한 경우를 소설로 써보자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거의 10년만에 새 작품을 썼다. 그 동안에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바쁘게 살았다. 실제로 나는 지금 하루에도 몇 번씩 동네에서 젤 부지런한 여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바쁘다. 그런데 시간을 어찌어찌 절약해봤더니 2시간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것이 올 여름의 가장 큰 성과다. 그렇다 보니 그 유명한 작가에게 외려 감사해야겠다. 이를 계기로 이제부터 나는 매일 쉬지 않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작가로서 나는 공인이다. 공인으로서 나의 독자님들에게 공언을 해두면 내 결심이 더 굳어져서 정말로 평생 매일 일정 량의 글을 쓰면 우선 내게 이익이다. 또한 길게 보면 독자님들과 우리 사회도 이익이다.

어떤 사람이든 평생을 그렇게 성실하게 자신이 하는 일에 매진한다면 인생을 승리로 이끌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 승리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나처럼 사소하고 보통인생이 성실하게 살아서 뭔가 작은 성과라도 남겨서 나처럼 사소하고 보통인 사람들도 용기를 내게 하고 싶다.

오래 전에 평론가 김윤식 선생님이 한 말씀이 기억난다. “나는 하루에 원고지 3장씩을 매일 써야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무슨 이유로 3장을 안 썼더니 3일을 앓았다. 또 어느 날은 무슨 이유로 여섯 장을 썼더니 또 3일을 앓았다” 그러니 몸살을 앓지 않기 위해서라도 매일 원고지 3장만을 평생을 고집하신다는 말씀이었다.

개인적으로 그 분이 좋든 싫든, 김윤식 선생님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의 국보급 학자다. 개인적 시각으로 보자니 그 분은 무정부주의적인 예술지상주의 경향이 있는 듯하다. 내 마음에 안 들지만 그 위치의 무게는 인정해야 한다. 그런 예술지상주의가 오늘날의 얄라궂은 ‘표절시비’를 가져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역시 이 이야기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나도 김윤식 선생님처럼 평생을 그렇게 성실해보겠다는 게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다. 맨스필드의 말처럼 성공이니 실패니 하는 건 조금도 염두에 두지 말고 오직 계속해보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이미 성공의 길을 가고 있다. 자만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낮에는 공장에서 납땜을 하며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 밤에 공부를 하던 청소년기에 나는 작가가 되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작가가 됐으니 참으로 감사한 성과지 않은가! 이제 작가라는 꿈을 이루어 더해서 출판사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남은 일생 우리 사회를 위해 마음껏 문학자로서 매진하는 게 백 번 마땅하다.

김윤식 선생님이 매일 원고지 3장을 쓰셨다면 나는 에이포지 1장으로 정하자. 이번에 작품을 쓰면서 확인했는데 그 정도면 내게 딱 맞는 분량이지 싶다. 글쓰기도 샘물 깃는 것과 비슷해서 퍼내야 더 맑고 깨끗한 게 고이는 것이다. 퍼내고 고이고 퍼내고 고이고...생각만 해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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