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는 자연이 만드는 삶을 담은 그릇
도자기는 자연이 만드는 삶을 담은 그릇
  • 황지예기자
  • 승인 2015.08.24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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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장인 창산(蒼山) 윤창기 선생

▲ 진사다기의 고운 빛깔을 보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도예장인 창산(蒼山) 윤창기 선생 - 사천시 삼천포 와룡마을 창산요(蒼山窯)

사천시 삼천포 와룡골에 위치한 <창산요>에는 전통 그대로의 우리 도자기를 빚어온 도예가 윤창기(68)선생이 있다.
진주 지역 옛 선조들이 제기(祭器)로 사용하던 황도사발이 16세기 일본에 건너가 국보(26호)로 지정된 것이 ‘이도다완’이다. 그것을 수백 년 만에 최초로 그대로 재현해낸 도예가 신정희 선생(경남 사천, 1938년~2007년)이 바로 그의 외숙부. 그 전통 방식을 이어받아 고향을 지키며 옛 그대로의 도자기를 빚는 윤창기 선생. 그는 오직 흙, 물, 나무, 불, 바람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물레를 돌려 흙으로 도자기 형태를 빚어내고 나무를 때워 가마 속 뜨거운 불꽃을 거쳐 비로소 도자기가 탄생한다.
도자기는 ‘사람의 손을 빌어 자연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흙으로 빚고 불로 빛을 낸 고유의 아름다움. 자연이 만드는 것이기에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고 의도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없다. 불꽃이 남긴 연꽃무늬, 바람결 지나간 듯 은은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사천을 품은 와룡산 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그 아름다움을 찬찬히 빚어내는 윤창기 선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삼천포 와룡산 창산요(蒼山窯)
고향 와룡마을에 자리잡고
흙과 함께 해온 30여년 길

일본 국보로 지정된 찻사발
본래 옛선조 일상에 쓰던 그릇
역사 속 그릇 그대로 재현해내

작품은 자연이 만들어낸다는 겸손
흙,물,나무,불,바람 그리고 노력
흙을 빚고 불이 빛을 내 명품탄생

 

▲ 삼천포 와룡산에 자리잡은 <창산요>에서 완성된 도자기 그릇이 진열되어있다.


- 푸른 산. 창산이라는 호는 어떻게 짓게 되었나
▲ 내 이름의 ‘창’자를 따서 ‘푸를 창(蒼)’을 썼다. 산골에 살아 ‘창산(蒼山)’이다.

- 처음 어떤 계기로 도예를 시작 하셨나
▲ 78년 군 제대 후 외삼촌인 도예가 신정희 선생의 양산 통도사 <조령요>에서 3년 정도 일을 돕고 어깨너머로 배웠다.

- 와룡마을이 고향이신가. 언제부터 이곳에 계셨나
▲ 이곳 사천 와룡마을이 제 고향이다. 양산에서 일하다가 86년쯤에 고향으로 돌아와 가마를 만들고 ‘창산요’라고 이름 짓고 본격적으로 직접 도자기를 빚기 시작했다.

- 지난 1996년 첫 개인전을 가지셨는데 그때 어떠셨나
▲ 창산요에서 작업을 해온지 딱 10년 째 되는 해인 1996년에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했다. 개인전을 처음 했던 것이라 지금 생각하면 완성되지 않은 작품인 것 같아 한편으로 부끄럽게 생각된다. 지금도 도자기 작품은 늘 자연이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 그 후 개인전에 대해

▲ 지금까지 두 번 개인전을 했는데 그 뒤 2008년 서울 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 선생님 작품들을 좀 소개 부탁한다
▲ (사발을 보이며) 이 사발은 덤벙 분청사발이라고 하는데 유약에 ‘덤벙’ 담갔다 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완성 후 작은 점이 있어 물에 담그면 물이 스며드는 데 차를 마실 때 ‘꽃이 핀다’ 고 표현하기도 한다. (현재 경남에서 그처럼 덤벙 분청사발을 재현해내는 이는 몇 없다. )

 

▲ 진사다기

- 진사 도자기의 자색 빛은 어떻게 해서 얻어지는 것인가
▲ 그 날의 습도와 날씨에 따라서 색상이 다섯 가지 정도가 나올 수 있다. 가마 안에서 도자기를 휘감는 불꽃이 빛깔과 문양을 만들어 낸다. 도자기의 문양은 인간의 범위가 아니라 자연이 만드는 것이다.

- 작품을 완성해 내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 불을 잘 떼야 한다. 물론 도자기 형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을 때어 구워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단계다.

- 선생님의 도자기를 만들어내는 특징이 있다면
▲ 특별한 것은 없고 전통 자기는 흙, 물, 재, 유약, 그리고 노력만 있으면 된다.

- 2007년 일본 문화성 국제미술대전 도자기부문 대상을 수상하셨다
▲ 그때 나는 일본에 가지는 못했고 방송국에서 사발 작품을 갖고 가더니 출품해 상을 전달받았다.

 

▲ 찻사발(다완). 은은한 비파색(노란색 계열로 연한 붉은 황토색)에 이슬꽃이 핀 듯 결정체가 맺힌 매화피(그릇의 굽).

- 2011년 일본 동경 한국문화원에서 개최된 ‘MBC 드라마 막걸리&막사발 페스티발’에 대해
▲ 그때는 일본에 직접 가서 작품을 전시했다. 그때가 김두관 도지사 때 였는데 드라마 ‘무신’과 경남의 막걸리와 막사발을 일본 동경에서 홍보하는 자리였다.

- 도자기가 탄생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나
▲ 흙을 물레를 돌려 형태를 빚어서 만들어놓고 건조시킨 후 700℃ 이상에서 초벌로 굽고 난 후 다시 약 1225℃ 정도에서 굽는다. 좋은 뗄감도 준비하고 큰 가마에 도자기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1년에 서너번 정도 불을 땐다. 봄, 가을에 불을 때기가 가장 좋다.

 

▲ 진사호

- 도자기를 완성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나
▲ 도자기는 최고가 없고 완성이 없다. 자연이 색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한다.

- 한국의 우수한 전통 도자기에 대해
▲ 한국의 도자기는 정말 우수하다. 그 빛깔이 사람이 색을 넣는 것이 아니라 전통 옛날의 청자, 백자 모두 불이 만드는 색이다. 옛 그대로의 방식으로 도자기를 빚고 있다. 물, 불, 바람, 나무 , 흙만 있으면 된다.

- 앞으로 하고 싶으신 것
▲ 이제는 그저 앞으로 아들이 이어서 잘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웃음)

- 후계자인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
▲ 큰 아들이 도자기를 전공하고 같이 도자기를 해오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원 공부를 더 한다고 해서 시간이 안 날까봐 내심 걱정이다. 도공(陶工)은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자이다. 지금도 잘하고는 있지만 자기 일이라 생각하고 부지런히 해나갔으면 좋겠다. 황지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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