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서기
홀로 서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9.22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사람은 홀로 굿굿이 설 때에야 비로소 어른이다. 나는 홀로 서기를 잘 하고 있는가? 그런데 홀로 선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제 머리가 희긋희긋 하니 거듭거듭 점검을 해볼 때인 듯하다. 자고로 사람이란 잘 살고 잘 늙고 잘 죽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묘하게도 한줄에 괴여 있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하고 잘 살면 잘 늙게 되어 있으니. 바꾸어서 잘 못 살면 잘 늙기는 애시에 텄다. 젊을 때 술에 담배에 쩔고(진정 즐기는 건 빼고) 게으름에 요령만 피우며 엉망진창으로 살아버리면 남는 건 카드빚 밖에 더 있겠는가. 그리되면 잘 늙기는 고사하고 어디 가서 구박받기에 딱이다. 그렇다면 잘 죽기도 물건너 간다.


어쨌든 잘 살기 위해서라도 홀로서기가 필요할 듯하다. 그렇다면 그 뜻을 곰곰 따져봐야 되겠다. 우선 경제적인 홀로서기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겠다. 예전에 어머니가 게으른 아버지를 일러 '죽으면 썩어질 몸 그렇게 애껴서 머하겄노, 라며 팔을 걷어부치곤 하셨다. 이거는 내가 해 봐서 아는데 먹고 사는데 필요한 돈을 버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할 일은 요령 피우지 말고, 몸 아끼지 말고 아싸라하게 하고 싸울 땐 확실히 싸우고 주어야 할 때는 팍팍 쿨하게 주자.

내 앞에 주어진 일에 요령피우지 않은 것도 홀로 서기의 하나다. 가정에서 현관에 신발이 어질러져 있으면 엄마만 믿지 말고 아내만 하게 두지 말고 남편에게 하라고 투정부리지 말고 자식에게 잔소리처럼 하라고 시키지 말고 먼저 본 사람이 하자. 까짓거 그 따위 일이야 수천 번을 해도 안 죽는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제가 할게요”라는 말이지 싶다. 또한 부당한 일 앞에선 분명히 싸워서 승리하자. 정히 안 되면 사표를 내고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부당한 사람은 가리되 일 자체는 가리지 않으면 길은 언제든지 열린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더 엄밀히 말해서 부당한 인간과 부딪혔을 때야말로 홀로 서야 한다. 상대와 당당히 마주 보고 그의 눈을 보며 이런 것은 이렇게 부당하다고 조근조근 말하자. 예전에 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생전에 국감에서 조근조근하면서도 마땅한 말로 재벌들과 권력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시던 걸 상기하면 조근조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알게 된다.

크크, 조근조근 말하기. 이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게 하자면 우선 관련자료가 풍부해야 하고 상대를 잘 알아야 한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뭔가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 싶으면 우선 화를 길길이 내며 게거품을 물고 소리를 질러서 상대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게 한다, 나는. 그래서는 번번히 내가 이길 싸움도 지는 것처럼 보인다. 아주 나중에는 내가 옳았다는 걸 인정받지만. 빌어먹을, 부당한 걸 보면 왜 그렇게 화가 먼저 나지? 모쪼록 님들은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화가 날 때는 꼭 노무현 대통령님을 상기하시기를!! 나도 그 분을 상기하는 것으로 웬만큼 좋아졌다. 머리에 서리가 허옇게 앉은 이제부터라도 그 분의 서민 사람을 사랑한 고운 뜻을 생각해서라도 불불 화부터 내서 손해보고 패하는 일이 없기를 실천할 것이다.

좋은 친구는 참으로 귀하다. 진짜 나쁜 친구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평소에 조금만 집중해서 조심하면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를 분별할 수 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자주 돈을 빌리는 친구, 분명 나쁜 친구로 실제 정이 잘 안 간다. 내가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뛸 때 내 화를 풀어주면서도 내 잘못을 슬그머니 일깨워주는 친구, 좋은 친구가 분명하다. 좋은 친구는 내가 조금 손해를 봐도 즐거이 살고, 나쁜 친구는 철저히 거리를 유지하자.

홀로 선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제 조금은 또렷해지는 것 같다. 좋은 일에서건 나쁜 일에서건 홀로 서기에서 중요한 건 바로 위와 같은 일들이 벌어졌을 때 우왕좌왕 하지 않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 상대가 나를 조금 서운하게 했다고 다른 사람과 뒷담화를 까서 오히려 뒷덜미를 잡히지 말아야 한다. 또 뭔가 난처한 일에 처했을 때 나처럼 화부터 내서 상대에게 큰 소리칠 기회를 주지 말자.

아차, 잊을 뻔 했다. 홀로 서기를 잘 하려면 외로움을 잘 알아야 한다. 외로움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우울증이 걸리기 십상이다. 혼자서는 슈퍼에도 못가는 사람, 혼자서 식당에서 밥 못 먹는 사람, 수다를 떨지 않으면 뭔가 불안한 사람, 책읽기가 잘 안 되는 사람, 취미가 없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한 가지라도 쉬운 것부터 몸에 익히도록 해보자, 홀로서기의 시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