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 학원인가?
대학, 취업 학원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09.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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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2학기가 시작되면서 단과대학별로 체육대회가 운동장에서 한창이다. 전체적인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고자 총학생회에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방안을 모색한 모양이다. 운동장에서의 함성과는 달리 도서관 및 열람실에서는 취업 공부에 열심인 학생들로 북적인다.


교육부가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 입학 정원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취업률을 잣대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실용학문 분야의 정원은 늘어나고, 순수 기초 학문 분야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특히, 행정 및 예산지원 등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교육부가 휘두르는 칼날에 각 대학들은 엄청난 산통(産痛)을 겪고 있다. 어린 아이도 아닌데 왜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를 하는지 통 알 수가 없다. 생존경쟁의 사회에서 도태되는 대학은 사라지고, 살아남은 대학은 살아남는 것이 정상적인 경쟁 사회이지 교육부가 나서서 난리 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 못 마땅한 것이 본인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학 내에서도 교육과정이 점차적으로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으로 개편되고 있다.

대학(大學)은 ‘공교육의 수준을 연령에 따라 취학전교육,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 단계로 구분하였을 경우 가장 높은 단계인 고등교육의 핵심 교육기관으로,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참조 : 다음 사전). 보는 바와 같이 인격을 도야하고, 심오한 학문을 발전 시켜 국가 발전에 공헌해야하는데 지금의 대학 교육은 오로지 ‘취업률 지표 향상’에 맞춰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이면 대학의 홈페이지에 ‘대학 정보 공개’ 속에 취업률을 공시하고 있겠는가? 물론 대학의 정보 공시를 통해 알고자 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무척 궁금하겠지만 대학은 취업만을 위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은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어느 인터넷 매체(머니투데이, 권성희)에 ‘왜 A학점 학생은 C학점 학생 밑에서 일하는가?, B학점 학생은 공무원이 되는가?’라는 글을 소개했다. 제목만 봐도 얼핏 알겠지만 결론은 ‘학점 제조기이자, 모범생인 A학점의 학생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알고, 자신의 꿈을 위해 싸울 수 C학점의 학생이 더 성공한다’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조금 느리고, 조금 모자라고, 조금 덜되어 보이는 학생을 대학에서 길러내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학은 취업률을 올리기 위한 취업학원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취업률만을 바라본다면 차라리 대학을 포기하고 취업 전문학원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다.

그래서인지 오늘도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함성과 응원의 소리들이 바보스럽거나 모자라 보이지 않는다. 저 함성과 소리, 패기가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도 대학의 교육과정은 C학점의 학생처럼 남의 눈치를 보거나 남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몰두하고 노력하도록, 그래서 더 나아가는 길을 찾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서 기회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글(머니투데이, 권성희)의 말미(末尾)에 있었던 한 문장을 통해 대학의 교육과정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나는 언제나 어려운 일을 맡길 때 가장 게으른 사람을 선택한다. 그 사람이 가장 쉬운 방법을 찾아내기 때문이다(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 머리 속에 지식만으로 가득 찬 온실 속의 모범생이 아닌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조금 모자라고, 때로는 거칠지라도 그래도 패기가 넘쳐나는 대학생을 길러 내는 곳이 진정한 대학의 모습일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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