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가을꽃 길
벚나무 가을꽃 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0.0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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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4월초면 섬진강 따라 벚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십리가 아니라 백리라고 보아야 될 길따라 벌어지는 꽃들의 잔치다. 물론 섬진강의 흰 모래도 함께 하여 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그런 벚꽃길이 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름이면 나무마다 어깨를 겯고 푸르름을 자랑하며 줄을 지어서서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준다. 가끔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온통 푸르른 터널을 만들어서 반겨주는 벚나무들의 모습은 봄의 꽃 잔치로서 끝이 아니라 사계절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준다.


이제 가을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떠나기 싫어서 머뭇거리던 여름철을 벗어나 수확이 있고, 가을의 꽃들이 피어나고, 하늘이 드높은 계절인 것이다. 산꼭대기에서 아래로 몰아쳐 내려오는 단풍들의 거센 물결 속에 모든 나무들도 하나 둘 가을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벚꽃들로 시작한 벚나무들도 무더운 여름철엔 푸른 터널로 다가와서 마음을 시원스레 하더니만 가을이 왔음을 알리듯이 노란 꽃, 붉은 꽃들을 피우고 있다. 하늘 가까운 높은 곳에서부터 벚나무 잎들이 푸른 향기를 가슴에 품어 여름을 나더니만 하나 둘 노란 꽃, 붉은 꽃들을 피워대고 있다.

내가 본교에 발령을 받아 온지가 작년 9월이다. 그래서 벚꽃과 푸른 터널보다는 가을의 단풍 향연을 더 즐긴 것 같다. 화갯골 십리길에 열병을 하듯 줄을 지어 있는 벚나무들이 가을의 꽃들을 피워서 온통 가을로 수놓고 아름다움을 발산하였었다. 인생도 황혼이 더 아름답다고 했던가? 자연의 이치도 같아서 겨울이 오기전의 가을을 더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산과 들에 들국화가 울긋불긋 피어나고 감들이 감나무에 붉게 물들어 먹음직스럽게 탐스럽게 열린 계절이다.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화갯골 십리길이다. 하늘 맞닿은 곳부터 하나 둘 노랗게, 빨갛게 물들고 그 것이 차츰 전 나뭇잎으로 물들어 가면 나무들은 온통 가을꽃을 피워내게 된다. 그리고 하나 둘씩 낙화하며 가을을 보낼 차비를 하게 된다.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라. 길 따라 강 따라 아름답게 피어나던 봄철의 벚꽃들이 만발하던 화갯골 십리길, 그리고 자연의 푸른 모습 따라 함께 푸르른 마음으로 줄을 서서 무더운 햇빛을 막아주며 온 몸을 시원하게 씻어주던 그 모습, 이제는 가을의 높은 파란 하늘 빛 따라 아름답게 변해가는 벚나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을이 와도 변함없이 푸른빛을 발하는 차밭들의 풍경도 자연의 경이로움을 말해주는데 온통 벚나무들이 가을의 잔치를 위해 옷을 서서히 갈아입는 모습은 자연의 섭리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무언의 이야기이리라. 지리산 높은 봉에서 시작한 계곡의 맑은 물 따라 가을은 조용조용 내려오고 있다.

아직은 출근할 때 벚나무들이 가을의 옷으로 많이 갈아입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갈아입으면서 가을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지는 모습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가을의 멋들어진 옷으로 갈아입은 날이 오면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가을꽃을 피어 올렸다가 한 잎 두 잎 가을하늘 속으로 날려 보내는 그 숲길 같은 가을꽃 길을 걸어보고 싶다. 출근과 퇴근으로 인하여 시간을 별로 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잠시라도 시간을 낼 수는 있지는 않을까!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사람들의 마음도 가을 따라 물들고 가을 따라 가슴이 젖는다. 파란 하늘을 가득 담고 졸졸졸 흐르는 맑은 물길과 함께 꼬불꼬불 이어진 가을 길 따라 벚나무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화갯골, 그 길을 걸으면서 한 해를 아름답게 거두어 들이고 싶다. 가끔 작은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멋진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자전거의 두바퀴에 몸을 싣고 달려가는 모습을 발견할 때면 아름다운 사진을 본 듯,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서 전시하고 보는 듯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는 듯해진다.

이번 가을에는 색다른 멋으로 치장한 벚나무들의 가을꽃 길을 걸어가면서 몸으로 느껴보고, 가을꽃이 선사하는 양탄자 같은 길을 살금 살금 걷는 아름다운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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