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즐거움을 나누는 친구를 갖자
지적 즐거움을 나누는 친구를 갖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0.26 16:2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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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지혜로운 친구를 갖고 싶다.’는 어느 시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친구들과 만나다 보면 소위 ‘갖고 싶은 친구’가 있는가 하면 ‘갖고 싶지 않은 친구’가 있게 된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우정에 대한 생각이 변하게 된다. 청년 시절에는 사상과 신조가 달라도 오직 너와 나는 친구라는 하나의 인연만으로 거리낌 없이 만나고 사귈 수 있다.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함께 술을 마시면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 젊을 때는 친구들과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의견 대립이 생겨도 오히려 그것이 더 좋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의견 차이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보다 분명하게 정립할 수 있고, 상대방의 논리 정연한 주장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 공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혈기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청년시절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를 알게 된다는 것은 삶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조끔씩 달라진다.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사고방식과 철학이 다르면 만나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사람과 굳이 사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다른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귀찮아서 같이 있는 것조차 짜증스럽고 부담스러워 진다. 일상적인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의 차이는 인정을 해야겠지만 사상과 신조가 다르다면 그런 관계는 겉치레적인 만남만 반복될 뿐이며 서로에 대한 진심이 없게 된다. 이것이 청년시절과 나이든 노인이 되어 우정을 바라보는 시각차이다.

그 다음은 경제수준이 다른 친구이다. 청년시절에는 비슷한 나이에 같이 학교를 다니는 시절은 누구나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생활을 하면서 빈부의 격차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여 모두들 수평적 관계에서 생활을 했으니 격차 없이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직업이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경제력이나 생활수준에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즉 우정에 돈이 개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부동반 모임에 고급 요릿집에서 저녁식사 대접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받은 쪽도 그만큼 답례를 해야 한다. 저녁밥값이 수십만 원씩 하는 고급 요릿집에서 부부동반 모임에 초대하는 친구와 지속적으로 사귀려면 나 역시 그만한 밥값은 지불 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서로 말은 안 해도 불편하고, 거리감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경제력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친구들이 나이 들어서도 우정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요소는 지적 수준이다. 서로 교양 수준에 차이가 난다면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인간적으로는 참 좋은 사람인데, 예의가 없거나 친구로서의 배려심이 없다면 우정을 이어가기 어렵다.

나에게는 다행히 인품도 훌륭하고 교양도 갖춘 친구가 몇 명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걸어오면서 닦아온 인품도 훌륭했지만, 친구로서 내게 보여준 인격도 본받을 점이 많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늘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친구이다. 기회가 되어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나이가 들어서 밤새도록 지적인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그런 친구와 헤어지고 나면 기분이 참 좋고 또 다시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학창 시절 수업이 끝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이라도 다시 만났을 때 예전처럼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지루하다 못해 인내심의 한계를 느낄 때도 종종 있다. 노령연금이 어떻다느니, 재취업 문제가 힘들다느니, 어느 친구는 누구누구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다느니, 왕년에 내가 어땠다느니, 어느 가게 술맛이 별로라느니… 특히 철학도 사상도 없는 정치 이야기와 사회에 대한 무조건 적인 불평불만이 나오면 만나는 시간이 정말 지루해 지고 술맛도 없어진다.

인간은 나이에 상관없이 지적 흥미를 느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그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좋은 친구를 가지려면 나부터 그런 지식과 교양을 갖춘 친구가 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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