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기가 막혀
수능이 기가 막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5.11.17 18:3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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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집안에 올해 수능을 보는 사람이 있어서 수능을 좀 알게 되었다. 수능의 정확한 이름은 ‘수학 능력 평가’ 다. 즉 대학에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알아보는 시험인 것이다. 그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다. 예비고사에서 학력고사로 다시 수능으로 변천되어 왔다. 나는 83학번이니 학력고사 4긴가 5기다. 그 전에는 예비고사가 있고 또 본고사가 있었다. 79학번으로 본고사 시대는 막을 내렸다. 내가 기억하기로 본고사는 국어와 영어 수학 과목만 본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다 보니 본고사 출신들의 영어실력은 후배들에 비해 월등했다. 내가 수학하던 때에 군대갔다온 복학생과 함께 몇 강의를 들었는데 그들의 영어실력은 대단 대단했다.


이렇게 이름을 바꾸고 제도도 바꾸는 척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언제나 그대로인 것으로 이번 관찰로 알게 되었다. 그 문제라는 것이 문제인 채로 역사를 더해왔기에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호해졌다. 그 모호해진 것을 덮기 위해 자꾸 수능문제가 쉬운가 어려운가를 가지고 논란을 한다. 시험은 시험이니 당연히 어렵다. 이에 수험생들이 시험이 어렵다고 하면 주류 언론들이 물수능이 어쩌고 저쩌고 해서 마치 모든 문제가 어려워서 생긴 것처럼 생난리를 치며 근본적 문제를 사사삭, 덮어버린다.

다음 수순으로는 정부에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한다고 생난리를 친다. 마치 국민의 뜻이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생색을 내다가 올해처럼 정답을 찾기에 어려운 문제를 낸다. 따지고 보면 어려운 게 아니라 아주 모호하고 꼬고 애매하게 한 문제다. 집안의 수능을 본 사람은 너무 문제를 꼬아놔서 욕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말소리를 내면 부정행위로 처벌 받으니 목으로 넘어오는 욕을 꿀떡꿀떡 도로 삼켰다고. 그것은 시험이 아니라 고문이었다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서러워서 눈물이 저절로 주루룩 흘렀다.

그래, 고문이다. 이것이 문제다. 이것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다. 수능을 치는 그 ‘하루’만이 고문이 아니다. 그 하루는 고문의 정점이다. 그 정점을 향해 실은 초등학교부터 난리를 피우지 않은가? 우리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해서 학원을 보내니 학습지를 하네 해서 난리를 피우는 줄 착각하고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꾸역꾸역 인생을 살아간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고문을 당해간다. 대기업체에선 어떤 규제도 받지 않고 티브이니 신문이니 해서 온갖 방법으로 안 하면 바보되고 돈 못 벌어 가난하게 된다는 협박성 광고를 해댄다.

대기업의 티브이 광고를 잠시만이라도 비판의식을 갖고 보면 정말이지 가관이다. 어떤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가 백인이 되어버린다. 어떤 약을 먹으면 노인도 청년으로 돌아간다. 어떤 문제집을 보면 명문대가는 건 따논 당상이다. 어떤 방송사는 수능 문제집 장사로 떼돈을 번다. 항간에는 이 방송사가 정부와 짜고 한 해에 수능 시험을 몇 문제쯤 중복되게 출제해줌으로써 그 줏가를 올려준다고 쑤군댄다. 사실이 아니기를 빌고 빈다.

어째든 고문은 짧게 잡아서 초등학교부터 본격 시작된다. 중학교엘 들어가면 수능 걱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중학생 때 벌써 고등하교에서 배우는 미분 적분을 마스터 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물론 사교육 즉, 학원에서 그런 선행학습을 한다. 그 댓가로 학원재벌이 생겼다. 학원 선생도 직업의 한 갈래가 됐다. 그것도 웃기는 게 대부분 공부 잘하는 학생은 학교에서는 잔다. 주요 공부는 학원에서 하니까. 참 별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하여 드디어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처음부처 끝까지 수능 수능이다.

특수분야 사설학원을 제외한 사교육을 단호히 없애고 학급당 학생수를 대폭 줄여서 양질의 교육을 학교에서 담당하고 취업자 수도 늘여야 한다는 주장이 수십 년 간 있어왔다. 그런 당연한 주장을 못들은 척 하자니 수능 문제가 어렵네 마네 하는 소리로 설레발을 치는 것이다. 서민들이 자식들 학원비 벌려고 얼마나 힘이 든지는 언제나 외면당한다. 우리 서민의 고통은 이래 저래 외면만 당한다.

각설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를 가자면 수능 만점을 받아야 한다. 그외의 서울에 있는 2군 대학을 가려면 다섯 문제 이상 틀리면 안 된다. 그 외의 서울에 있는 정규대학엘 진학하려면 10문제 이상 틀려서는 안 된다. 기가 막힌다. 초등학교 기말고사에서도 만점을 받기 쉽지 않다. 어쩌다 소위 올백을 받으면 집안의 영광이고 그 사실은 가문의 역사로 길이 남을 일이다. 근데 수능을 만점 받아야 갈 수 있는 대학이라니!

각설하고 수능이라는 정부에서 하는 이 어리석고 사람을 아주 기획적이고 조직적으로 고문하는 제도를 단번에 없애야 한다. 그리고 학교 교육을 혁명적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 제발 우리 서민들도 그냥 착각 속에서 참지만 말고 우리가 행복해질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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