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국
장어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1.13 18: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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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오감(五感) 중에 가장 피하기 힘든 것이 후각이다. 보기 싫은 것이야 눈을 감으면 그만이요. 듣기 싫은 것이야 귀를 막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을 수야 없지 않는가. 그 중에도 난처하기 그지없는 것이 음식 냄새다. 입안에 들어온 음식에서 나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음식은 한 사회를 대표하는 문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김치 된장국 불고기 등을 들 수 있다. 또 이탈리아 음식으로는 피자가 있다. 그런데 된장국에서 나는 냄새나 피자에서 나는 치즈향이나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그리 유쾌할 수만은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불쾌하고 피하고픈 냄새다. 인도의 카레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음식과 특유의 냄새를 참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회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동화되어 간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류가 널리 마시는 차 중에 커피가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문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권에서는 커피를 대부분 받아들이고 즐긴다. 커피는 인류가 즐기는 가장 보편적인 문화인 셈이다.

필자가 바닷가 동네인 마산으로 이사와서 만난 첫 번째 냄새는 비린내였다. 길에서도 비린내가 나고 들리는 음식점마다 비린내가 났다. 고향이 산골 동네인 필자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는 점심 식사를 하러 동료들이랑 식당을 찾았는데 메뉴가 장어국이었다. 비린내는 그다지 심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향신료 냄새가 났다. 서양이나 인도의 향신료는 분명히 아닌데 생선에서 나는 비린내를 제압하고도 남을 만큼 대단했다. 방아잎 향이었다.  배초향이라고도 불리는데 부산 경남 일대에서는 생선 매운탕에 넣어 비린내를 제거한다. 필자는 방아잎향과 생선이 만나 빚어내는 강한 냄새에 익숙해지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며칠 전에는 장어국이 먹고 싶어 시간을 내어 장어 요리가 맛있다는 집을 찾았다. 장어를 삶아 뼈를 걸러낸 국물에 된장과 야채 방아잎을 넣은 소박한 한 그릇 음식이었다. 경남 일대에서의 장어국은 다른 동네의 돼지 국밥이요. 선짓국이요. 육개장이다. 노동 후 출출한 속을 채워주는 고마운 음식이다. 장어국은 곧 고단한 삶이요. 생활이다. 장어가 여름을 지나며 맛이 들었다. 장어구이도 좋지만 바쁘게 일하다 먹는 장어국 한 그릇은 힘의 원천이요. 활력이다.

바닷가 동네로 이사온 지 10여년이 되어간다. 부둣가를 서성거리며 산책을 해도 비린내가 역겹지 않다. 매운탕이며 부추전에 들어간 방아잎향이 유쾌하다. 이제 내 몸에서 비린내와 방아잎 향이 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장어국이야 말로 가장 경남다운 음식 중에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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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석 2011-11-14 20:25:05
할머니께서 생전에 끓여주신 장어국이 생각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