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五感) 중에 가장 피하기 힘든 것이 후각이다. 보기 싫은 것이야 눈을 감으면 그만이요. 듣기 싫은 것이야 귀를 막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냄새가 난다고 코를 막을 수야 없지 않는가. 그 중에도 난처하기 그지없는 것이 음식 냄새다. 입안에 들어온 음식에서 나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음식은 한 사회를 대표하는 문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김치 된장국 불고기 등을 들 수 있다. 또 이탈리아 음식으로는 피자가 있다. 그런데 된장국에서 나는 냄새나 피자에서 나는 치즈향이나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그리 유쾌할 수만은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불쾌하고 피하고픈 냄새다. 인도의 카레향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음식과 특유의 냄새를 참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사회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동화되어 간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류가 널리 마시는 차 중에 커피가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문화의 영향을 받은 문화권에서는 커피를 대부분 받아들이고 즐긴다. 커피는 인류가 즐기는 가장 보편적인 문화인 셈이다.
며칠 전에는 장어국이 먹고 싶어 시간을 내어 장어 요리가 맛있다는 집을 찾았다. 장어를 삶아 뼈를 걸러낸 국물에 된장과 야채 방아잎을 넣은 소박한 한 그릇 음식이었다. 경남 일대에서의 장어국은 다른 동네의 돼지 국밥이요. 선짓국이요. 육개장이다. 노동 후 출출한 속을 채워주는 고마운 음식이다. 장어국은 곧 고단한 삶이요. 생활이다. 장어가 여름을 지나며 맛이 들었다. 장어구이도 좋지만 바쁘게 일하다 먹는 장어국 한 그릇은 힘의 원천이요. 활력이다.
바닷가 동네로 이사온 지 10여년이 되어간다. 부둣가를 서성거리며 산책을 해도 비린내가 역겹지 않다. 매운탕이며 부추전에 들어간 방아잎향이 유쾌하다. 이제 내 몸에서 비린내와 방아잎 향이 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장어국이야 말로 가장 경남다운 음식 중에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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